록키 호러 픽쳐 쇼
인생 최고의 영화관에서 본 록키 호러 픽쳐 쇼
'록키 호러 픽쳐 쇼'라는 영화를 아는가.
컬트 영화의 시초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많은 B급 영화 마니아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영화에서도 이 영화를 패러디하며 1975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나 또한 이 영화를 사랑한다.
친한 언니와 우연히 '록키 호러 픽쳐 쇼' 영화를 상영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무작정 언니한테 영화 보러 가자고 졸랐고, 늦은 밤 우리는 시내와 살짝 동떨어진 영화관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혼자였음 무서웠을 텐데 언니와 함께라서 다행이었다.
RIO 극장, 어떤 곳인지 감도 안 잡힌 미스터리 한 곳아무런 정보도 없이 간 우리는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당황했다.
줄을 선 무리들 중.. 등장인물 코스튬을 하고 있는 무리들이 많았던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옷차림빠른 이해를 위해 사진을 첨부하겠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이라 항상 이런 대단한 옷차림을 하고 화려하게 등장하는데, 내 앞에 이 주인공 옷차림을 한 아저씨들이 가득한 것이다!
평범한 극장인 줄 알았던 우리는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이 극장이 보통 극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립스틱이라도 보라색으로 바를걸... 저 강력한 무리들 사이 우리는 하나의 작은 아시안들..
입장하기 전에는 이런 귀여운 도장도 찍어줬다.
이 도장을 받고 입장하면 음료를 하나 시킬 수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맥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컬처쇼크 온 우리 유교걸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작은 쇼를 하나 하는데 이 쇼는 극강의 EEEE들이 참석하는 쇼였다. 관객들이 손을 들고 지원해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는데, 그중 1등을 뽑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사회자들도 다 록키호러픽쳐쇼 등장인물들 의상을 입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올라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온갖 댄스를 추기 시작했고, 그중 최종선택 2명이 갑자기 뒤를 돌아 허리를 숙였다.. (내가 쓰면서도 거짓말 같다)
그러면 사회자가 "누구 엉덩이에 더 00 싶냐.." 어쩌고 저쩌고 하면..
관객들이 다 같이 "FUCK YOUR ASS!" 외치는...
더 이상 긴 말을 할 수 없다.. 모두가 즐기면서 외치는 걸 보니 이게 이 영화관의 문화인 것 같더라.
아무튼 1등 댄스왕 엉덩이(?)에 선정된 사람은 작은 상을 수상하는 그런 웃긴 프로그램이었다.
작은 쇼를 10분 정도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이 영화관은 내가 살면서 간 영화관 중 가장 재밌었다.
일단 이 영화를 사랑하다 못해 DVD 끌어안고 잘 것 같은 이들만 모인 듯했으며, 영화의 모든 대사를 다 외우고 있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멍청한 말을 하면 다 같이 "STUPID!"라고 외치는데 그 타이밍이 아주 정확해 이 사람들은 단단히 고인 사람들이구나 느꼈다. 중간중간 어떤 관객이 대사를 웃기게 받아치면 다른 관객들이 웃기도 하고.. 한 마디로 이 영화로 뭘 하든 이 극장에서는 자유였다.
또 내가 엄청 놀란 포인트, 이 영화는 다 같이 춤추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꽤나 유명한데, 그 씬에서 갑자기 모두가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쓰면서도 거짓말 같은데..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초면이든 구면이든 어울려 춤을 추었다.
이 춤을 영화관 모두가 일어나서 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와 언니도 머뭇거리다 슬쩍 일어나 엉덩이 좀 흔들었고, 춤이 끝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자리에 앉아 다시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 언니는 완전 흥분 상태였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관은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물론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가 끊겨 택시비로 4만 원 이상 날리긴 했지만 괜찮다. 추억을 샀으니..
이 영화관을 언젠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걸 아니 더 소중하다.
혹시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이 있으면 추천해 주셨음 한다.
함께 즐겨요. 부탁입니다.
영화가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