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계 Apr 19. 2023

엉덩이, 약쟁이, 노숙자

캐나다에서는 셋 다 볼 수 있습니다.

엉덩이, 약쟁이, 노숙자 이 셋의 공통점은 내가 원치 않아도 캐나다에 살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노숙자, 약쟁이 얘기를 하려면 끝이 없다. 내가 있던 캐나다 지역은 겨울에도 따뜻해서 많은 노숙자들이 겨울을 나러(?) 우리 지역으로 온다고 한다. 그만큼 겨울에는 농담이 아니라 길가에 텐트가 줄지어 쳐져있다.

물론 대부분의 노숙자는 본인들 일하기 바쁘며 크게 주변에 관심이 없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난 몇몇 특이한 분들을 말하고자 한다.


편의점 같은 가게의 문을 잡아주는 소프트한 노숙자도 있다. 이분들이 보통 문을 열어주면 사람들이 감사의 의미로 편의점 잔돈을 주기도 한다. 


내가 일한 식당에서 나는 쓰레기 버리는 업무도 했었는데, 이때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뒷문을 열면 가끔 노숙자가 앉아있었다. 그럼 서로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는 노숙자는 다른 자리로 가곤 했다. 

매니저가 말하길 노숙자가 앉아 있던 자리를 조심하라고, 주삿바늘 같은 게 보이면 절대로 만지지도 말라고 했는데 그건 주사형 마약이었다. 실제로 길바닥에 주삿바늘 떨어진 걸  흔히 볼 수 있었다.


일단 길에서 고함지르며 다니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안 보면 섭섭하다. 이 양반들은 주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정체 모를 말을 뱉으며 걸어 다니는데 실제로 우리한테 위협을 가한 적도 있다. 


약쟁이인지 노숙자인지 아님 둘 다인지 모를 젊은이 세 명이 대낮에 몰려다니며 우리를 쫓아온 적이 있다. 약에 취한 표정과 말투로(느린 좀비랑 비슷) 갑자기 우리 뒤에 딱 붙어서며 "네 엉덩이를 차버릴 거야" 외치며 한동안 따라왔었다. 혼자였으면 너무 무서웠겠지만 친한 언니랑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분들은 버스에서도 자주 보인다. 버스에 앉아 중얼중얼 거리며 냅다 버스 안 사람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는데 물론 대부분은 무시한다.  


노숙자와 약쟁이가 모여있는 특정 동네가 있었다. 여기는 컬리지 선생님들도 혼자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인데 내가 버스를 잘 못 타서 거기에 내린 적이 있다. 

다음 버스 타기 5분 동안 3명의 약쟁이가 한 놈 가면 한 놈 오는 식으로 나한테 들러붙어 욕을 했었다. 그날의 충격으로 그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 정말 최악의 5분이었다..


낯선 이의 엉덩이는 놀랍게도 복합쇼핑몰에서 봤다. 캐나다에 온 지 1주도 안 되었을 때 집 근처에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백화점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자주 쇼핑 가곤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혼자 돌아보며 걸어가는데 눈을 앞으로 돌린 순간 나와 마주친 누군가의 검은 엉덩이. 

그 순간 진심으로 꿈꾸는 줄 알았다. 정말 다행히(?) 나는 그분의 뒤에 있어 엉덩이를 봤지만 그분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 양반의 모든 걸 보고 놀라는 얼굴이었다. 

복합쇼핑몰에서 진짜로 하의실종하며 다니는 그 노숙자는 이상하게 상의는 입고 있었다. 한겨울이었는데..

온 지 일주일 밖에 안 된 터라 열린 마음으로 캐나다는 바지를 안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했는데 지금 보면 그게 아니라 그냥 그분만 안 입은 거였다.


이 얘기를 다른 친구에게 해주니 자기도 캐나다에서 그렇게 하의 나체로 다니는 사람을 봤다고 했다. 같은 분이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천국 갔다 왔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