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오늘은 살짝 어른(?)의 브런치 글을 써볼까 한다.
내 컬리지 친구 중 'C'라는 멕시코 남자애가 있었다. 이 친구는 평소에 순둥순둥 착하고 얘기도 잘 통해서 한국누나들이 특히 좋아하던 남학생이었다. 뭐랄까, 착한 남동생 느낌이랄까.
실제로 같이 있으면 얘가 한국인 같고 나는 멕시코인 같고 서로에게 국적을 뛰어넘은 피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 친구는 당시에 멕시코에 있는 여자친구와 롱디커플이었다.
나는 컬리지 다닐 때 한국 언니들과 자주 어울려 놀았는데, 이날은 밸런타인데이 때 이야기이다.
새벽 1시까지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한 우리는 2차로 한국인 포차를 가던 길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스트리트를 걸어가는데 저 앞에 핫도그차 앞에 사람이 한 명 있더라. 우리는 '이 시간에 핫도그 먹는 사람도 있네'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근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우리의 친구 C와 너무 비슷하게 생긴 것 아닌가. 우리는 웃으며 '와, 저 사람 C랑 진짜 비슷하다'하며 다가가는데, 가까이 가보니 진짜 C였다.
"C!" 새벽 1시에 취한 채로 길바닥에서 클래스메이트를 만난 우리는 금방 들떴다. C 역시 한 잔 했는지 얼굴이 붉어져 우리를 보더니 풀린 눈으로 "Hey~"하고 어딘가 힘 빠진 목소리로 인사했다.
"Where did you go(어디 갔었어)?" 물으니 갑자기 C가 하늘을 보며 황홀한(?) 얼굴로 하는 말. "Heaven(천국)."
일동 당황한 공기 속 옆에 있던 언니가 하는 말.
"Your girlfriend is in Mexico(네 여자친구 멕시코에 있잖아)."
2초의 침묵 후 건장한 성인으로 잘 자란 우리들은 다 같이 이해하고는 빵 터진 기억이 있다. 다들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우리만 썩은 건 아니겠지..
알고 보니 'Heaven'은 술집 이름이었다. 나중에 클래스메이트 다 같이 그 술집에 가서 놀기도 했다. 한동안 C를 무지막지하게 놀렸던 웃긴 사연.
C는 초반에 동양인에 대한 조용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 편견은 망나니 같은 우리들의 수위 높은 대화와 우리 언니들의 무지막지한 대화로 마지막에 C는 한국인에 관한 편견이 박살 난 채로 멕시코로 돌아갔다.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