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연 May 30. 2023

폐결핵

나의 젊음은그렇게 지나갔다.

예비고사를 보는 그날. 나는 방안에서 병든 가슴을 부여안고 새끼 파랑새처럼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말에 잦은 기침과 오후빈혈로 병원에 갔다. 폐결핵이라했다.  큰누나가 그 병에 걸려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에는 안들었지만 병이 있어도 괜찮다는 한 남자와 결혼해버리게 한 바로 그 병. 부모님도 병있는 딸을 데려가겠다는 그 남자를 거절하지 못하고 애끓는 울음을 삼키셨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나였다.


해질녘이면 나른하게 온 몸이 까부러진다. 그리고 시작되는 마른기침.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간질거리는 목구멍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기침을 하다가 지쳐버리는 나를 나의 몸은 필사적으로 지탱시켜주었다. 에탐부톨.피리독신.. 한주먹 약을 한꺼번에 삼키지 못해서 세번으로 나누어서 먹었고 그 짓을 아침.점심.저녁으로 매일 치뤄냈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주사를 맞았다. 마침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붉디 붉은 핏덩이는 낙화처럼 흩뿌려졌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내젊음을 삼켜버렸다.


책을 좋아했다. 음악도...

세계문학전집을 읽다보면 폐병에 걸려 피를 토하는 여자 주인공이 왜 그렇게 많은지.  오페라를 들으면 피를 토하는 여자 주인공이 자주 등장한다. 홍콩영화 "스잔나"를 보았다.  그 여자 역시 폐결핵으로 피를 토했다. 그래 폐결핵은 죽는 병이구나.  어린 나이에 나는 이미 죽음에 대한 관념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염세주의적 사고가  일상이 되고 세기말적인 관념이 점점 나를 지배했다.

고3초에 서너달의 병가로 학교를 가지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것도 아버지께서 교장선생님과 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안에서 주먹으로 흙벽을 두들겼다. 소리도 질렀다. 보다못해 어머니께서 기타 한대를 사주셨다. 그 시끄러운 고성방가를 옆집분들은 용케도 참아 주셨다. 그동안의 부모님의 인품이 그들을 참게 만들었다.


친구들 모두 예비고사를 치르러 임시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  여관방 하나에 일곱명이 묵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넓은 내방에서 혼자다.  친구들은 그 와중에도 책을 보며 마지막 전투준비를 할 것이다. 나는 한웅큼의 약을 입에 털어넣고 오지않는 잠을 청했다.  친한 친구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승리를 기원했다.  

그들이 부러웠다.

시험을 잘보고 못보고를 떠나 그냥 그들이 부러웠다.


죄송해요. 어머니.


작가의 이전글 아프지 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