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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나무 Sep 17. 2023

설화 <손님굿>:우리 조상들의 질병을 대하는 태도


강남대왕국의 쉰셋의 명신손님네 중에서 문신손님, 호반손님, 각시손님 세 손님이 조선국이 먹을거리와 인물이 좋다는 말을 듣고 조선으로 갈 채비를 차린다. 의주 압록강에 이르러 강을 건너야 하는데, 뱃삯으로 각시손님의 수청을 요구하는 뱃사공의 오만방자함에 사공의 목을 치고 그 자식들 여섯을 죽이고 한 자식은 사공의 아내의 정성으로 목숨은 살려주되 열두 가지 병신으로 만든다.


대나무 배를 타고 조선땅으로 건너온 손님네들은 한양의 큰 부자 김장자에게 쉬어 가기를 청했다. 김장자는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손님네를 홀대한다. 손님네는 김장자의 삼대독자 외동아들 철현의 유모였다가 그 집에서 방아품으로 먹고사는 노고할매의 집에서 싸래기 죽이지만 정성껏 대접받자 할매의 외손녀에게 점을 찍어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노고할매는 자신이 키운 철현이를 돌봐주기를 원하고, 김장자는 손님네들을 돌손이라 폄하하고 불교의 힘으로 막아보려 유접사 절로 철현을 피신을 보낸다. 각시손님이 철현이를 집으로 꾀여와서 철현이에게 강력한 병을 내린다. 이를 본 김장자는 반말 섞어 거만하고 무성의하게 비는 시늉을 하면서 손님네에게 대접을 약속한다.


그러나 철현이의 병세가 호전되자 김장자는 약속을 어기고 손님네는 가차 없이 철현이를 죽인다. 철현이는 환생을 거절하고 손님네를 따라다닌다. 이후에 노고할매는 부자가 되고 김장자는 노고할매의 오두막에서 살게 된다. 이를 본 철현이는 목메어 울고 손님네는 김장자에게 재물을 찾게 해 주고 새 아들을 갖게 해 준다. 철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손님네 뒤를 따라다니며 손님 대접을 받는다.



<손님굿>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사람이 죽어서 신이 된다는 생각이다.


문신손님, 호반손님, 각시손님이 조선땅으로 가고자 채비를 한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우리가 외출할 때 차려입는 모양새이다. 꽃가죽신이나 분세수, 꽃방석 등은 살아있는 사람의 일상의 한 부분이다. 서양문화의 신들이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압록강을 건너기 위해 ‘은도끼를 둘러메고 뒷동산으로 올라가 대나무를 쪼개서 배를 만’드는 모습은 신과 인간을 나누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김장자의 아들 철현이가 죽어서 손님네가 된 것처럼 세 손님네들 역시 신이 되기 전에 인간이었고, 철현이가 험하게 죽고 질병의 신을 따라다니다 그 역시 질병의 신이 된 것처럼 세 손님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질병의 신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대접을 바라지만 그것이 화려하고 융숭한 것이 아니라 ‘싸래기 죽’이지만 존중을 다하는 태도를 바라는 모습이라든지 병들고 거지 신세가 된 부모를 보고 통곡하는 철현이를 보고 그들을 구제해 주는 모습 등은 사람의 인정과 같다.


이해와 공감을 보여주는 그 모습은 신들 역시 살아있는 사람과 통하는 데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철현이는 아버지의 욕심과 오만으로 죽었지만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영락한 부모의 모습에 가슴 아파 통곡한다. 살아서 효자였던 철현이는 아마도 자신이 겪은 힘든 고통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애로운 손님이 될 것이다.  


질병의 신을 ‘손님’이라고도 또한 부모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질병을 적대적인 것으로 죽음을 삶과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사무가 <손님굿>는 질병을 이해와 화해로 포용하는 방법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우리 문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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