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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spect Apr 13. 2023

남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공감 능력 부족"을 검색했다

생각지 못한 결과에 눈이 뜨이다 1

나에게는 많이 애틋한 남자친구가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헌신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를 살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에 나는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겪어왔나 보다 생각했다. 이 사람의 눈에 띄어 우리의 만남이 성사되기 위해, 내가 나의 부모를 만나 사랑받으며, 때로는 치열하게 다퉈가며 지금의 나로 성장했나 생각했다. 나의 모든 삶의 여정이 소설 연금술사 노인의 말처럼,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간절히 소망해 왔으니 온 우주가 도와 사막을 걷게 했고, 그 길의 끝에 내 남자친구를 세워 놓았나 보다고 생각했다. 

Alchemist - a journey of self-discovery.jpg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만남은 특별했다. 서른이 넘어 해외에 넘어와 직장을 잡고 살면서, 사람을 만날 기회는, 특히 연애를 할 기회를 잡기는 힘들었고, 노력의 일환으로 데이팅 어플로 사람을 만나보았으나 어떠한 감흥도 없는 데이트의 쳇바퀴만 돌아갈 뿐이었다. 내 연애 세포가 드디어 다 죽어버렸구나라고 한탄하며, 그냥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내가 설렐만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푸념을 할 때쯤, 너무나도 매력적인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구애해 왔다.


우리는 한국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행사가 있었고, 우리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살고 있었기에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각자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여, 우연찮게 한국의 어느 소도시에서 대면했다. 작은 탐색전이 있었고, 이런저런 소모임에서 서로 얼굴만 마주쳤지만 왠지 모르게 나를 특별히 대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는 그의 고향으로 먼저 돌아갔고, 나도 나의 생활권으로 돌아가려 인천공항에서 비행을 기다리는 찰나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것도 영상 통화! 갑자기 걸려온 영상 통화에 이어폰도 없었던 나는 당황하며 스피커폰의 볼륨을 줄이려 애썼는데 그 모습을 참 재미있어했다.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니 나와 대화상대가 되어주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지구의 끝과 끝에서 살고 있던 우리.jpg

내가 흘러가듯 말했던 내 비행 일을 기억하는 세심함과, 내 지루함을 본인의 일처럼 생각하고 전화해 주었던 배려심과 센스,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대화, 모두 너무나 완벽했다. 나는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열 시간 이상의 비행을 하면서,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그와 나눈 강렬한 상호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긴 했다. 처음 술자리에서 만났을 때 내 나이를 듣고는 갑자기 90도 인사를 해버리고는 박차고 일어나 버렸던 일화. 잘 알지도 못했던 나에게 새벽 갑자기 보냈던 "노땅"이라는 문자. 


이 사람은 도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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