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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spect Apr 15. 2023

남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공감 능력 부족"을 검색했다

생각지 못한 결과에 눈이 뜨이다 2

그 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연락을 했다. 시차는 중요하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알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었다. 하루에 남는 자투리 시간마다 통화를 했는데 2-3시간 통화는 기본이요 그런 통화를 하루에 3번씩은 했다. 나는 통화에 대한 포비아가 있을 정도로 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는 사람이었으나, 너무나도 자연스레 걸어오는 전화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잘 이끄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나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그 능력도 대단해 보였다. 

그는 그의 모든 것을 공유시켜주고자 했다. 어린 시절 사진부터, 가족 및 친한 친구 한 명 한 명의 사진들. 본인이 받았던 상장부터 클럽 활동 사진, 졸업장 사진, 여행 사진 등등. 본인과 관련된 사진을 하나하나 보내주며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대해 다정하게 설명해 주었고, 언젠가 우리가 실제로 만나게 되면 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가족사부터 지난날의 아픔 등 모든 것을 오픈하는 그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나도 이런저런 내 이야기를 했고, 나를 측은히 여겨주는 그의 마음에 내 고생들이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기지가 되어 성숙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는 관계가 이런 것이 아닐까.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였고 나도 이제는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희망의 빛이 내리쬈다.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던 우리였기에, 애초에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면 이런 힘든 연애를 시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가 그리는 미래와 가족상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가치관에 서로가 감탄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통화를 이어갔다. 서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 역시 맞장구에 맞장구를 칠 정도로 어긋남이 없었다. 물리적 거리 이외에는 우리가 좋은 짝꿍이 되지 못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결혼할 사람은 몇 번 만나지 않아도 바로 느낌이 온다는데, 이 사람이 내가 그토록 찾던 사람인가. 사업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있는 멋있는 친구였고, 그럼에도 가정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자 하는 가정적인 남편감이었다. 1세대로서 해외에서 취업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해 살아가고 있는 나를 멋있어하며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꿈을 더 펼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싶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만날 약속을 조율하고 있었고,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던 나였기에 내가 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려 했으나 꼭 자기가 먼저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차저차 조율 끝에 그는 나를 보러 장장 스무 시간이 넘는 여행을 감수했고,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첫 만남을 했다. 시차도 적응할 시간도 다 가지지 못한 채 며칠 후 그는 현실로 복귀를 해야 했지만, 그는 너무나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으로, 그 비행기 값이 비싸던 연말에 나를 며칠만이라도 보려 다시금 스무 시간의 비행을 감수했다. 

그가 쏟았던 것은 시간과 돈만이 아니었다. 아이를 갖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결혼 및 출산 계획까지 적어놓은 3년 계획표를 보여주었고, 장거리 연애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1년간 어디에서 서로 만날 지에 대한 계획표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못 만나는 기간을 2달 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되뇌었으며, 우리 미래를 위해 새로 시작한 적금 통장 카드도 나에게 건네어주었다. 

내 불안함은 그가 해소해주고 싶은 소중한 문제였으며, 그것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과 액션 아이템으로 발현되었다.

나에 대해 어떠한 가치를 보았길래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나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평소에도 미래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를 내가 알기에 그의 선행을 나의 이상한 생각으로 오해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불안함을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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