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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Dec 12. 2023

유능한 상사와 근무하는 유능한 직원의 처신

[사례 연구] 상사가 불편해 할 수 있는 상황


상사와 부하 둘 다 유능하면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어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은데 무슨 이슈가 있을까? 그러한 여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상사의 관점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포인트가 있다.


회사에서 핵심 인력인 부하 직원이 유능하고 잘 나가는 상사와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글은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내가 모셨던 대표이사님로부터 들었던 조언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Situation

 

대기업 건설사 경영관리실, 실장 A / 경영기획팀장 B 
  

A실장은 입사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회사 실세이며, 업무 및 리더십 역량이 뛰어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B팀장은 경영관리실 선임 팀장으로서 본사 팀장들 중에 단연 선두권에 있으며 내년에는 임원 승진을 바라보는 핵심 인력이다.

 

B팀장은 A실장이 이틀 전 지시한 ‘주택법 개정안 대응 방안’에 대하여 보고하기 위해 A실장 방을 찾아갔다. A실장은 본인의 예상보다 빠른 보고 타이밍에 약간 당황함과 동시에 보고서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갖고 보고를 받는다.

 

B팀장 : “지시하신 ‘주택법 개정안 대응 방안’에 대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A실장 : “벌써 정리가 되었다고? 빨리 했네. 보고 시작해.”

 

B팀장은 먼저 ‘주택법 개정안의 발의 취지, 주요 내용, 예상 일정’에 대하여 핵심을 중심으로 간략히 보고 하였다. 이에 A실장이 질문을 한다.

 

A실장 : “개정 일정은 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진행이 될까?”

B팀장 : “네. 우선 관련 기사에 나와 있는 일정을 토대로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근무하는 대학 동기를 통해 세부 일정 체크 하였습니다. 보고서에 표기한 일정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A실장 : “B팀장은 발이 넓구먼. 그러면 개정안에 대하여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하면 되나?”

B팀장 : “네. 회사의 대응 방안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마지막 부분에 상세히 정리하였습니다.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B팀장은 ‘대응 방안’에 대하여 개정 항목별 이슈, 회사에 미치는 영향, 회사의 대응 방안과 전사적 조치 계획까지 보고를 마쳤다. A실장은 기대 이상의 보고서 완성도에 놀라면서 마지막 질문을 한다.

 

A실장 : “전사적 조치 계획을 보면 우리 경영관리실의 업무가 아닌 것도 적지 않은데 진행이 잘 될까?”

B팀장 : “네. 실장님 보고 드리기 전에 어제와 오늘 오전까지 관련 팀장들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업무 협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진 A실장은 약간은 허탈한 마음으로 답한다.

A실장 : “알았네. 고생 많았네.”

A실장은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는 B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느낌을 가졌다.

 

 

Issue

 

완벽한 업무수행과 보고 역량을 가진 B팀장에 대하여 상사인 A실장이 불편해할 것이 뭐가 있을까? 본인의 예상을 넘는 결과물을 가지고 오는데.

 

보통의 상사라면 B팀장과 같은 부하 직원이 있으면 불편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알아서 잘해 오니까 별로 신경 쓸 일도 없고 조직의 성과도 잘 나올 것이다. 그런 부하직원을 신뢰하고 잘 대해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역량과 자신감을 가진 상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상사는 자기의 포지션에서 해야 할 역할을 부하 직원이 모두 다 해버리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자신의 높은 존재감이 위축되는 느낌을 받게 되어 불편함을 가질 수 있다.

 

위 사례에서 B팀장은 A실장이 질문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여 답하였고, 보고서 내용에서도 A실장이 생각하지 못한 항목까지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임원 중에서도 잘 나가는 A실장은 불편함과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조만간 이 친구가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Solution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당신이 유능한 상사와 근무하는 유능한 부하 직원이라면 보고할 때 가끔은 여백을 남겨 두자. 상사가 하려는 역할을 남겨 두자는 의미이다.

 

가끔은 보고서의 완성도를 85~90% 정도로 맞추자

 

보고서는 상사가 기대하는 100% 이상의 완성도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맞는 이야기이며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유능하고 자존감이 강한 상사일 경우라면 다를 수 있다. 완벽한 보고서, 나아가서 상사가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고려한 보고서는 상사에게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끔씩은 보고서의 완성도를 85~90% 정도로 채우고 보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부족한 보고서는 유능한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량과 자존감을 과시할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역할을 빼앗지 말자

 

직원들이 가지고 오는 보고서에 대해 지적하고 알려주고 코칭하는 것이 상사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이다. 지적할 것이 없는 보고서는 상사의 그러한 역할을 없애 버리고 존재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상사와의 신뢰 관계에 훼손이 생길 수도 있다.

 

10번의 보고서 중에 2~3번은 상사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여백을 남겨두자. 평소 유능한 직원이 부족한 보고서를 가지고 온다면 상사는 기뻐할 수도 있다.

 

‘자식. 니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겠어? 내가 한 수 가르쳐 주지?’

 

감각을 가지고 적용하자

 

이 글에서 제안하는 Solution은 항상 적용해 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보고할 때마다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유능한 직원이었던 당신이 능력 없는 직원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보고하는 주제, 상사의 컨디션, 결재를 빨리 받아야만 하는 시급성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하기를 권유한다.

 

적절한 타이밍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 타이밍을 잡는 것은 오로지 보고하는 당신의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감각은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쌓아가야 한다.

 



이 글은 고수(高手)인 직원에 해당하는 글이다. 일반적인 직원이 적용한다면 일 못하는 직원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리스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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