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회사 생활
만약 당신이 팀장인데 직속 상사인 임원이 팀원만 직접 불러서 업무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당신은 “뭐지?”, “왜 팀장인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고 불편해질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조직에서 ‘결재 라인’이 존재하는 이유
내가 근무한 사업부는 리더(보직자)만 26명의 상당히 큰 조직이었다. 나를 포함한 임원 3명(사업부장 1명 / 그룹장 2명), 팀장(본사) 10명, 현장 총책임자 13명. 현장의 팀장까지 포함한다면 약 50명 수준.
이렇게 큰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정해진 ‘업무 프로세스와 Rule'이 잘 지켜져야만 가능하다. 특히 조직 운영의 중요한 프레임인 ‘결재 프로세스’는 준수되어야 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직위 구분 없는 커뮤니케이션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업무의 지시와 보고는 ‘결재 프로세스’를 따라야 그 조직이 흔들리지 않고 운영될 수 있다.
‘결재 라인’을 무시할 때의 폐해
사업부 본사 A팀장이 나에게 면담을 요청하였다. 고충의 요지는 직속 상사인 B상무(그룹장)가 자주 팀원들만 불러 업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상위 상사가 팀원들만 불러서 업무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팀의 팀장은 맡은 조직을 정상적으로 통솔하기 쉽지 않게 된다.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차상위 결재자와 업무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재 단계 하나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팀장 입장에서는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져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진다.
업무 진행은 ‘결재 라인’을 지켜야 한다
고충을 토로한 A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B상무를 불렀다. 마침 인사평가 피드백 시기이었다. B상무에게 왜 팀원들만 불러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지 물어본 후 피드백 하였다.
“회사에서 팀장을 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업무 진행은 팀장과 하세요. 팀원들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반드시 팀장 입회 하에 함께 하고. 또다시 그런 모습을 보이거나 들리면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A팀장과 업무 하기가 불편하면 교체해 달라고 의견을 주던지?”
차상위 상사의 부름을 받은 직원의 처신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직속 상사를 건너뛴 차상위 상사의 부름을 받은 직원이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 미팅을 직속 상사가 알고 있던 그렇지 않던 차상위 상사와 나눈 이야기는 반드시 직속 상사에게 알려야(보고 해야) 한다.
사업부 본사 C팀장이 몇 차례 대표이사의 호출을 받고 갔다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대표이사 주관 사업부 보고회 종료 후 회의실을 나가던 대표이사가 배석한 C팀장에게 “잠깐 나 좀 보고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나는 자리에 돌아와서 ‘지금쯤이면 C팀장이 대표이사실에서 나왔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C팀장은 오지 않았다. 그런 일이 몇 차례 있고 나서 C팀장을 불렀다.
나 : “대표이사님이 찾아서 갔다 왔으면 무슨 일이었는지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C팀장 : “업무 내용이 아니고, 대표님 개인적인 부탁 사항을 말씀하셔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C팀장에게 악의(대표이사와 직거래하면 된다)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었다.
나 : “대표이사의 호출로 갔다 왔다면 업무적이든 비업무적이든 그 내용을 나와 D상무(C팀장의 직속 상사)에게는 알려 달라. 왜냐하면 당신이 라인상의 상사들을 무시하고 대표님과 직거래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결재 라인’에 따른 업무 진행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 간의 신뢰가 굳게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팀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직속 상사가 본인을 제치고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믿음'과 '팀원들이 차상위 상사와 나눈 이야기를 반드시 본인에게 알려준다는 믿음'.
어느 날 오전, 부서장인 나에게 2명의 팀장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조금 전 대표님께서 부르셔서 다녀왔습니다. ○○건의 진행 상황에 대하여 물어보시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부서장인 나와 그룹장을 건너뛴 대표이사의 업무 지시이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날 오후에 대표이사실을 찾아갔다.
나 : “대표님. 요청드릴 사황이 있습니다.”
대표이사 : “뭔가요?”
나 : “저희 사업부 업무에 대한 지시는 저에게 직접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팀장을 통해 대표님의 업무 지시를 전달받는 것은 사업부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