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2024년 새해와 함께 달리고 있는 짝꿍아!
출장과 라이브 방송을 시작으로 주말 여행까지 바쁜 한 주의 사이에 내님 탄생일이 있네. 어떻게 생일이 2월 22일인 거야. 이건 깜빡이인 나를 위한 숫자가 아닌지, 태어날 때부터 나를 만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건 아니겠지.
매번 무엇을 줘야 하지 고민만 하다 뭘 줘도 선물 같지 않아서 결국 평범한 하루가 되곤 했는데, 올해도 2주 전부터 짬짬이 머리를 굴려봤지만 기똥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AI에게도 물어봤지만 인공지능의 한계만 느낄 뿐이었지. 왜 내가 지난 겨울휴가에 깜짝 선물들을 다 써버린 걸까 뒤늦은 후회도 했어.
근데 내가 주고 싶을 때, 또 주고 싶은게 생겼을 때 그때마다 주면 되지 않을까도 싶어. 일 년에 한 번만 특별한 게 아니라, 당신의 일상이, 나와 함께하는 매일이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 되길 말이야. 내가 평일 저녁마다, 주말마다, 힘들 때마다, 매 순간에 느끼는 당신의 소중함을 돌려주고 싶어. 비록 마음먹은 대로 안돼서 투정 부리고, 심술부리는 날도 많지만,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쁘게 지켜봐 줘.
어쩌다 이번엔 아버지들 생일을 축하하는 여행이라며 친구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는데, 여보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네. 멋대로 원치 않는 만남을 만든 건 아닌지, 결국 아이들의 잔치가 될 소풍이 되겠지만 부디 당신에게도 즐거운 추억 하나가 쌓이길.
내일 하루는 선물 대신 마음껏 소원을 빌께.
기상 알람과 함께 가벼워진 몸으로 일어나게 해주소서. 아침 주스로 빠른 쾌변을 보게 해주소서. 버스와 전철 오는 시간이 딱딱 맞아 기다림이 없고 긴 통근 시간 동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소서. 회사에서 아무도 그를 찾는 이가 없어 숨통을 트이게 해주소서. 심지어 몰래 일찍 나와 한 시간이라도 집에 빨리 올 수 있게 해주소서. 날씨가 좋아 아내가 하원하는 둘째와 오래 바깥에서 놀고 올 수 있게 해주소서. 지금껏 먹어본 요리 중에 최고로 맛있는 저녁이 되게 해주소서.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하루가 되게 해주소서. 저녁 9시가 땡 하면 영재가 잠들어 빠른 육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소서. 아내와 따뜻한 밤을 보내게 해주소서. 그렇게 행운과 즐거움이 넘쳐 하루 종일 미소만 짓다 잠들게 해주소서.
여보가 추천해 준 브런치 글쓰기를 한 지 4개월 정도가 됐네. 당신 생일쯤에는 글이 100개가 쌓일 거라고, 그럼 사비를 털어 소장용 책을 만들어 주겠다고, 나보다 더 좋아해 주고 늘 응원해 줬지. 비록 그 절반의 양 밖에 채우지 못했지만 나의 과거와 영혼을 씻겨주는 좋은 취미를 발견하게 된 것 같아 기쁘고 고맙게 생각해. 오늘은 영광의 크리에이터 배지도 받았지^^
별다른 취미도, 사는 즐거움도 없는 나와는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잔뜩이라고, 은퇴하는 날만 기다리는 여보 대신 소중한 시간들을 쓰며 이렇게 새로운 나를 발견해. 다가오는 매 해마다 여보에게도 갖고 싶었던 꿈들을 만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할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