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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Hoya Jul 11. 2024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PART 1) 아름다운 쓸모



열성적인 종교인으로서 살아가던 삶의 관습을 버린지도 몇 개월이 흘렀다.

신학에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공부해왔는데, 세상의 주된 관심사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삶이다.




사람들은 돈을 모아 자신에게 사랑스러운 대접을 해주거나  

애뜻한 사랑을 하거나 혹은 높은 자리가 주는 권위를 통해 스스로를 챙긴다.


이는 분명히 인간이 인격적으로 살아감에 마땅히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간혹, 누군가를 도우며 자신의 존재를 채우는 보기 드문 사람이 발견할까 했는데, 

아직을 발견하지 못했다.)


내 안에 있는 갈증은 분명히 해소해주지만, 이것이 세상의 전부라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아직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무엇인지 충분히 젖어들지 못했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나로서의 색채를 찾아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얼마 전에 책을 통해서 디자인에 대한 이론을 배우게 되었다.

내용에 따르면 디자인은 아름다운 쓸모라고 정의된다고 한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것은 한번 보기 좋은 것으로 소비되는 것일 줄 알았는데,

단순히 미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은 표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들로 하여금 울림을 주는 본질적인 의미을 함축하고 있어야 마땅히 그 쓸모를 다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아름다움 안으로 지속적으로 초대할 수 있는 정체성이 함축되어야 히며,

뜻이 담긴 "의"와 사람들을 이끄는 "미"의 조화를 적절히 이루는 것이 끝없는 과업으로 남게 된다. 




PART 2) 사랑을 포착하는 시선 (The Eye That Witnesses Love)


제주도로 떠나야겠다고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채 걸리지 않았다.

학교와 교회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마주한 세상는 달고 쌉싸름한 맛이 났다.


이에 대한 특출난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기준치에서 큰 폭으로 포물선을 그렸다.

꽤나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재즈 음악과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를 맡으며 뇌리에 박히는 거친 욕설의 사이에서 수없이 오르내렸다.


정적의 극치를 달렸던 고요한 신학교 생활과 비교한다면,

자극의 강도가 주는 피로함이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움켜쥐고 있던 신념을 파괴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혼돈스럽지만,

그 낯섦이 역설적으로 무궁한 가능성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하여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 현시점,

아무런 여행 계획도 세우지 않고 딱 비행기 티켓과 게스트하우스만 예약해서 도착하게 되었다.



본래 제주도 대중교통을 사용해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이것저것 쌓온 짐을 들고 이동하게 버겁고 대중교통의 유동성이 커서 렌트차를 빌리게 되었다.


(이 때 참고하면 좋을 만한 팁은! 

일반 보험이 아니라 슈퍼보험을 들었을 때 과실 시 위약금이 적다는 것이다!)

(가격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22살 때 출퇴근했던 기억 이후로 까마득해진 운전 실력이었지만, 과감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혼자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순간이 너무 그리웠다.




운전대를 잡고 도착한 곳은 <보말이네>


이 곳은 유튜버 해쭈님께서 제주도 여행을 하시며 보말죽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찾게 되었다.

아직도 보말죽을 입에 넣으며 손가락을 치켜드시는 영상이 눈 앞에 선하다.




과연, 보말 칼국수와 보말죽 중에 어느 녀석을 먹어야 만족스러울 식사를 할지,,

나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보말죽을 선택했다.


녹진한 죽 위에는 쫄깃한 보말이, 보말 위에는 통깨와 고소한 참기름이 얹혀 있었다.

입 안에 넣은 보말죽은 작은 소라가 올라간 전복죽 느낌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다음 목적지는 애월에 위치한 병원이다.

출발하기 전날부터 말썽을 부리던 몸살 기운이 갈수록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오전 진료 예약은 전부 마감되어서, 점심시간 이후에 진행하는 오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다리는 동안 걸었던 거리는 꽤나 후덥지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즈넉한 카페에 들어서게 되었다.




욱신거리는 머리와 다르게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디테일한 소품들, 

고소한 호지차라떼가 입가를 맴돌았다.

거기에 더불어 정원에 다채롭게 피어있는 꽃들이 정말인지 참으로 아름다웠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는 적은 골목을 지나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올망>이다.

 이 곳은 제주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귀여운 소품샵이다�


문제는 보말이네에서는 주차 공간이 넉넉했는데, 

이곳은 차 한대가 겨우 비집고 들어갈 공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위기였다. 주차를 너무 오랜만에 해서 각이 나오지 않았다.

옆에 있는 소품샵으로 들어가던 손님이 "저 차는 주차를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누군가, 파랑색 조끼를 입은 관리사님이셨다.

자칫하면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사님을 붙잡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고된 사투 끝에 주차를 마쳤다.

차 밖에 보이는 풍경은 몹시 평화로워서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드기 충분했다.










한참 사진을 찍다가 드디어 소품샵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귀여운 돌맹이들의 모습이 마음 속에 꼭 들었다.



방 안에 돌맹이를 두고 같이 수다라도 떨고 싶었달까

실제로 우리 집에는 반려돌, 깡깡이가 있다.

그 녀석이 질투할까봐 새로운 돌맹이를 입양하는 일은 보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봐도 너무 귀엽다.



한참을 고심하다가 손에 집어들게 된 것은 나비 모양 드림캐처였다.

요즘 방 안에 애정이 가는 소품들을 두는 것이 하나의 재미로 자리 잡았다.




귀여운 병아리가 꽃 위에 앉아 있는 피규어도 데리고 왔다.

한 손에 묵직한 무게를 주는 녀석들을 바라보니 몹시 뿌듯했다.




다음으로 향하게 된 장소는 <아르떼 뮤지엄 제주>

생각보다 구경할 거리가 많고 알찼다.


첫 장소는 "FLOWER COSMOS"이었다.

분홍빛 꽃이 피어오른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번째 장소는 "명화를 담은 빛의 정원"으로

계단 위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존재를 압도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동안 걸어다니며 바꾸는 그림들을 살펴보았다.



세번째는 "STAR MILKYWAY"로 은하수가 빛나는 모습을 차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을 담을 수 있는 장소다.



네번째는 "MOON"으로 달빛을 머금은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동안 귀여운 동물을 커다랗게 전시하는 양상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그 연장선인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ROMINTIC TUNDER"이다.

핑크색 구름 사이로 잔잔하게 내리치는 빛이 안온함을 안겨주던 공간이다.



전시회 구경을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 서쪽에서부터 동쪽까지 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날 사람들을 기대하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잔잔하게 다가오는 낯섦을 향한 설렘이 심장을 도닥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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