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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Aug 24. 2024

커피하는 두 사람

맛의 표정을 읽다, 《커피집》 

“커피에는 쓴맛, 단맛, 신맛, 숨겨진 떫은맛이 있어서, 이들이 한데 모여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한 잔을 연주한다. 각각의 커피가 가진 오리진은 하나하나가 색이기도 하고 소리이기도 하다.”     


《커피집》은 일본에서 존경받는 두 커피 장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커피 비미’와 ‘다이보 커피점’에서 몇십 년 동안 커피에만 집중하며 매일 커피를 내린 두 장인의 커피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커피를 가로지르며 두 장인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지적 스펙트럼 또한 커피 이야기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커피를 하면서 “인간이 한 잔 커피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경험한 두 장인의 일생은 온전히 커피에 열중하고 커피를 위해 바친 시간들이다. 무언가에 그토록 오랜 시간 집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커피에 대한 두 장인의 열정이 단골손님들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는 단순한 서비스의 거래를 넘어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커피가 약으로 여겨지던 시대 커피는 신을 향한 음료였다고 한다. 커피에 대한 두 장인의 자세는 마치 ‘커피’를 통한 수행, ‘커피’를 통해 절대적인 무엇에 다다르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그런데 ‘커피집’이라니!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치장을 한 커피 전문점들의 이름 속에서, ‘커피집’이라는 단순한 이 말이 오히려 신선하고 깊게 느껴졌다. 책을 넘겨 읽어보니 ‘커피집’이란 생두 배전부터 추출, 나아가 한 잔의 커피를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커피숍 운영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 자체와 그가 운영하는 장소를 두루 일컫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커피 이야기와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커피 장인의 일에 대한 태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행복의 본질임을 두 사람의 인생 스토리가 알려주고 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지 깊고 오래가다 보면 그 길을 통해 알게 되는 인생의 모습이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추구하고, 그 맛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의 내면은 참으로 풍요로울 것 같다.     

 

잘 내린 커피의 쓴맛에서는 품격과 품위를 느낄 수 있으며, 커피를 내린 사람의 개성과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원두를 사서 다양하게 로스팅 실험을 해보며 자기만의 커피맛을 추구해 나가는 커피 애호가들이 가까이에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만의 재미, 자신만의 의미를 구체화해 나가는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나는 생애를 커피로 완전히 마치게 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던 모리미즈 무네오는 한국에서 커피 강좌를 마친 귀국길 공항에서 쓰러져 그 길로 세상과 작별을 하였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다이보 커피점도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가게를 접었지만, 커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두 장인의 이야기는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커다란 의미를, 한 잔의 커피가 단지 한 잔의 커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책을 읽고 도쿄에 있는 구마가이 모리카즈 미술관에서 구마가이 모리카즈의 그림들, 그 가운데서도 모리미즈 무네오가 책에서 이야기한 그림 ‘우적’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30년 넘게 정원이 딸린 집에만 틀어박혀 개미를 비롯한 곤충을 관찰하고 그것을 화폭에 옮긴 구마가이 모리카즈. 영화 〈모리의 정원〉의 모델이기도 한 이 화가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화폭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것의 의미를 알기 위해 모리미즈 무네오는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까지 모든 것을 커피에 걸었는지도 모른다.     

 

“구마가이 모리카즈가 그린 그림과 같은 커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하던 모리미즈는 자신의 커피가 구마가이 모리카즈의 그림과 가까워진 무렵 세상을 떠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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