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Day 5 그라나다_03
나스리궁 - 나사리 궁이라고 표기된 자료도 있는 데, 영어, 스페인어 표기에 따라 발음도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알함브라를 알람브라로 표기하기도 하던데, 뭐 정확한 이름과 발음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자. 저 안쪽으로 사자조각들이 보인다.
분수의 지지하고 있는 12마리의 사자상. 12궁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분수는 물시계기능도 한다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는 지는 모르겠다. 분수를 받친 사자들 입에서도 물이 솟고, 주변으로 물이 흐르는 수로가 이러진다. 척박하고 더운 이 물부족 지역에서, 물을 끊임없이 흐르게 한 분수와 수로는 상당히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뭐 왕궁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아벤세라헤스의 방. 후궁과 불륜이던 귀족이 죽임을 당했다고 해서, 비극의 방이라고도 한다는데, 옛날 이야기만큼이나 천장의 모양이 확 눈길을 끈다. 마치 굴이나 전복 같은 것이 바위에 붙어 있는 것처럼 뭔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양인데, 모두 사람이 새긴 ‘모카라베’ 장식이라고 한다. 여기에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이다.
창문의 모양과 이 아치를 둘러싼 장식문양도 너무 예쁘지만, 이 창을 통해서 보이는 바깥 정원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냥 이 방안에 오랫동안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싶다. 방안에 있으면서도 정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오디오가이드에서 방마다의 이름과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고 특징도 설명해주지만, 그런 설명이 없어도 그냥 감탄사가 나오는 벽과 천장의 문양. 사진을 어떻게, 어떤 구도로 찍어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알함브라궁전을 유명하게 만든 워싱턴 어빙의 사무실(?)이다. 그가 쓴 '알함브라 이야기'가 인기를 끌어 알함브라궁전의 복원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가 지금의 알함브라를 있게 만들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나사리궁에서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알바이신지구라고 한다.
오전 내내 이어진 알함브라 투어였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 시내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부터 계속 걸어서 인지 힘들다. 맥주 한잔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어서 점심식사도 하자 싶어 식당을 검색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한 곳이 눈에 띈다. 지나면서도 봤던 곳이라 들어갔다. 같은 이름의 식당이 다른 골목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한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프랜차이즈? 수십개가 있는 것은 아니니 프랜차이즈까진 아닌 듯 하고)
우선 맥주 한잔. 여기도 무료로 타파스를 제공한다. 바에 걸터앉아 마시다 식사도 하겠다니까,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를 한다.
여기도 큐알코드를 사용하여 메뉴를 고르는 시스템이다.
아내가 이베리코 돼지고기 요리를 고른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해산물이나 생선을 거의 먹지 않고, 집사람은 돼지나 소 같은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스페인에선 반대가 된 듯하다. 여행 며칠만에 인간개조?
돼지고기 요리(Parrillada de ibericos, 양이 좀 되는 지 2인용으로 추천을 하고 있었다)와 와인 그리고 클라라 한잔 씩.
메뉴가 나왔는 데, 철판위에 돼지고기의 4가지 다른 부위를 소금간 만으로 구워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자튀김과 꽈리고추가 곁들여 있었다.
원더풀! 이베리코 돼지고기에는 자부심 가져도 된다. 인정! 제주도 흑돼지처럼 DNA와 사육방법이 다른 것 같다. 하여간 아내가 좋아할 정도니까 진짜 맛있는 것으로 인정.
게다가 아까 처음 맥주 마신 것부터 지금 메뉴까지 대략 40유로 언저리. 그라나다는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체감되는 물가가 상당히 싸다. 대략 20프로 정도 저렴?
하여간 아주 흡족하게 그리고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Muchas gracias! (무차스 그라시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