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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12

IV. Day 5 그라나다_02

알함브라 궁전으로


당연하지만 일찍 일어났다. 알함브라궁전은 입장권에 입장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9시 입장. 그러니, ISTJ인 우리들이야 당연히 한시간 전에는 그 근처에 가야지! 알함브라 궁전 옆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다고 하니, 입장 전에 그곳을 보면 되겠다 싶기도 해서, 커피와 함께 어제 슈퍼마켓에서 사온 과일과 요거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알함브라는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는 곳과 유료로 입장을 할 수 있는 곳이 나눠진다. 알함브라에서 주요 장소들은 모두 유로 입장이지만 카를로스 5세 궁전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티켓은 3개월 단위로 예약 창이 열리기 때문에 가야 할 시간을 잘 따진 후 예약을 해야한다. 또한 다른 궁전과 달리 나스리 궁전은 별도로 예약 시간을 잡아야 하고, 지정된 시간부터 1시간 이내에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예약시 고려할 것이 많다. 한국에서 그라나다 카드를 샀는데, 이것도 옵션이 많았다. 


한편, 우리가 산 예매권은 알함브라궁전 뿐 아니라 그라나다 주요 관광지에 대한 입장권에 더하여 시내버스(local red bus) 승차권도 포함된 것이었다. 


그런데, 버스 승차권은 어디서 받지? 예매권을 보니 지도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가 있다. 버스카드를 받을 수 있는 정류장 지도였다. 그 중 가까운 정류장을 찾아가서 설치된 키오스크에 예매권에 표시된 번호를 입력해서는 어찌어찌 발행받았다. 


그 다음 알함브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갔다. 

32번 버스. 이 새벽에 버스를 타는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밤 늦게 자니까 (새벽 일찍이라고 해야 하나?) 시작도 늦어서 아침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알함브라 궁전 정류장에서 함께 내릴 때 알아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안내원, 보안요원, 청소부 같은 필수 인원들 말이다. 그렇지, 모든 그라나다 사람들이 식당에서 일하는 건 아니니까.


입장할 수 있는 여러 입구가 있는 데, 우리는 카를로스 5세 궁전과 가까운 입구 쪽 정류장에 내렸다. 아직 너무 일러 문이 닫혀 있었기에 주변을 산책했다. 

어스름한 새벽에 보는 오래된 성곽 풍경은 중세시대 배경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기야, 여기가 수 백 년 된 성이니 당연히 그런 느낌이지. 

8시 즈음 입구가 열리자 마자 입장을 했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정의의 문쪽으로 입장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 들어 가려는데,  청소하던 아저씨가 우리를 보자 스페인어로 “@#$%^!!”라고 하며 손짓으로 나가라고 한다. 


여긴 언제 여냐고 영어로 물어도, 전혀 아랑곳 않고 다시 “@#$%^!!” 라고 하며 내보낸다. 


불친절한 스페인 사람 1호 등극. 하기사 영어도 못하고, 자기는 청소를 어여 끝내야 하는데, 관광객이 들어오려고 하니 짜증도 났겠지. “Lo Siento!” (로 씨엔토)라고나 해줄 껄.


8시 반이 되자 문을 연다. 자, 들어가자구.

20유로에 산 오디오가이드에 기대서 관람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설명이 좋다. 화면에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지가 나오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이 정도면 돈이 아깝지 않은데? 생각이 들었다.

카를로스 5세의 궁전의 외부는 사각형의 돌을 사용한 육중한 모습이었다. 그라나다를 방문한 카를로스 5세는 알함브라에 이슬람양식 말고 로마스타일의 궁전을 짓기를 원해서 르네상스양식을 사용해 설계하고 건설했는데, 완성은 못했다고 한다.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눠져있는 데, 외부의 모습과는 영 다른 느낌이었다. 바깥은 네모 네모, 내부는 곡선형이다. 죽 이어진 기둥이 원형중정을 에워싸고 있고, 회랑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언듯 봐도 1층과 2층의 기둥 양식이 다르다. 건축기간이 오래 걸리니 이런 흥미로운 차이가 생기나 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깥으로 보이는 빛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알함브라 입장~


볼 것이 많지는 않아, 잠시 머물다가 9시 10분 전쯤 알함브라궁전 입장을 위한 줄에 합류했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입장권 뿐 아니라 여권(신분증)까지 확인을 하고 들여보낸다. 게다가 예약한 입장시간이 아니면 들여보내지도 않는다. 자뭇 삼엄. 여기도 또한 한국사람들이 많았지만, 다른 국적의 사람도 많이 보인다. 역시 알함브라는 세계 문화유산이구나.

9시 입장을 해서 관람을 시작했다. 아치와 벽을 가득 채운 아라베스크가 첫 장면부터 눈길을 끈다.  바닥, 벽, 천장까지 세련되고 정교하게 형형색색이다. simple이란 단어 자체가 이 동네엔 없다.


초반엔 오디오가이드를 잘 따라갔는데, 관람객들이 많아 이동이 지연되는 데, 그 와중에도 계속 나오는 오디오가이드 설명이 헷갈리면서, 한 시간쯤 관람하다 끝났다고 착각(?)을 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출구를 찾기도 복잡해서, 그냥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쪽으로 가서 나가려 했다. 


그런데, 입구 직원이 나간다는 우리를 보고, 

“진짜 나가냐?”고 묻는다.

“다 봤어. 그래서 나가려구요.”

“@#$%^&?”


이 분도 영어가 짧다. 하여간 ‘지금 나가는 거 아닌데? 너희들 다 안본 것 같아’라는 것 같다.

밀려드는 관광객들 입장권과 신분증 검사하기도 바쁜데, 함께 근무하던 직원에게 잠깐 맡기고, 우리에게 “habla Ingres? Need English speaking staff?” 하며 영어가 가능한 직원을 무전으로 부르는 게 아닌가!


하여간, 지금 나가면 반도 안본 거야 라는 것 같아서, 

“No need to call English speaking staff! We’re gonna enter again.” 하고 다시 들어갔다.


그제서야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퉁명스러운 청소부 아저씨가 까먹은 점수를 이 분이 단숨에 역전시키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뭘 빼먹은거야?하며 다시 오디오가이드를 찬찬히 들으면서 관람 재개했다. 많이 놓쳤었네. 게다가 출구까지 가려면 꽤 멀리 가야했다. 친절한 (둘째아이가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natural born 오지랖퍼라더니 과연..) 


스페인 사람들, Muchas gra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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