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Day 5 그라나다_04
뜨거운 태양. 한국과는 다른 햇볕이다. 같은 태양인데, 어떻게 이리 다를 수 있을까 싶게 쨍하다. 2시~4시. 10월이 거의 다 되었음에도 30도가 훌쩍 넘는다. 정말 이럴 땐 쉬어야 한다.
저녁 7~8시 정도 되야 25도 정도가 되니 스페인 사람들의 시에스타와 늦은 저녁식사가 충분히 이해된다. 우리도 숙소에 돌아와 잠깐 씨에스타 타임.
며칠도 안 되어 빠르게 스페인에 젖어들고 있다.
한시간 정도 시에스타를 즐기고, 야경을 구경할까 하며 나간 시간이 5시 반 정도. 해가 지려면 좀더 있어야 했기에 그냥 천천히 걷다가 가게 된 성당. Catedral. 그렇다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 내렸던 그 정류장(Gran Vía 7 - Catedral정류장) 옆 골목쪽에 성당이 있었다.
열린 문을 통해 성당을 스윽 보고 나왔는데, 어째 좀 소박하다는 느낌?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봤기 때문일까? 하면서 간단히 관람을 마치고 나와 주변을 걷는데, 광장쪽에 성당 입구가 또 하나 보였다. 들어가 봤다.
그러면 그렇지. 이곳이 본 건물이었다. 그라나다 대성당. 그럼 아까 본 건 뭐지? 찾아보니 Capilla Real(Royal Chapel)이라고 이사벨 1세와 페르디난도 2세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그라나다 대성당. 엄청났다. 이슬람 지배 하에서 만들어진 알함브라 궁전. 이런 이슬람 문화의 영광을 지우는 작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성당으로서 초기 르네상스 양식의 전형이고 유럽 대형 성당 중 손에 꼽히는 그런 성당이라고 한다.
야경을 보러 가느라 놓치고 떠났으면 아쉬웠을 훌륭한 문화유산이었다. 공식오디오가이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저런 수많은 옛날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다. 오디오가이드 순서에 따라 이동하며 설명을 듣다보니 한 시간도 넘게 듣고 있었다.
문득 우리나라의 경주도 이곳 그라나다처럼 많은 관광객이 모이나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한번 갔었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체험학습이랍시고 갔던 기억이 나는데, 그 후엔 전혀. 경주의 음식은 맛있었던가? 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지? 아이고, 웬 갑작스런 경주 생각인가. 그냥 스페인 그리고 그라나다에 집중하자.
그라나다 대성당 정문.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보던 성당들과는 규모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고나 할까.
화강암 기둥, 저 위쪽의 아치와 문양, 황금 제단이 있는 중앙 예배당까지 성당내부도 으리으리하다. 아니, 장엄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화려한(?) 성당의 내부다. 고딕, 르네상스, 이슬람양식 등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까? 예배당 위쪽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빛을 내며 천장을 밝히고 있다.
산티아고 제단.
엄청나게 큰 오르간. 그라나다 대성당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라나다 대성당을 나와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하면서 근처 골목들을 걸었다. 구석 구석 자리잡은 식당과 상점들. 모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먹고 마시고 있다. 오후 5시에도 30도가 넘었던 기온이 7시 넘어 8시가 되어서야 좀 살만한 온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40도가 넘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저녁때도 이보다 훨씬 더웠을 것 아닌가? 스페인을 다시 방문하더라도 한 여름은 피해야겠다.
오후에 잠깐 쉬기도 했지만 저녁식사는 간단히 하자는 생각에 어제 갔던 엘 코르테 잉글레스 지하 마트에 다시 가 와인과 샐러드, 음료수, 과일을 샀다. 마트로 가던 도중 길을 건너는 데, 초록색 신호일 때 신호등 안의 사람이 걷는 모습으로 움직인다. 정말 귀엽다. 길을 건너다 말고 사진을 안찍을 수가 없다.
숙소에 돌아오면서 케밥집에서 케밥을 하나 테이크 아웃해서 방에 들어가 먹기로 했다. 창 밖의 누에바 공원 식당들의 실외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도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콘도형 숙소인 지라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이래서 에어비엔비를 통한 일반주택에서의 숙박도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호텔 같이 표준화된 인테리어의 식상함이 적고, 실내도 널찍하면서 이런 저런 장점이 있다.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짧은 여행이 아니라면 호텔과 이런 아파트형 숙소를 적절하게 섞어 넣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한층 증가시킬 좋은 방법이겠다.
내일은 세비야로 시외버스를 타고 떠난다. 세비야에서도 성당 투어가 있다. 세비야 대성당. 아내에게 ‘이러다 은혜 입어서 개종을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그런데, 다 거기서 거길 것 같은 성당들이 막상 방문하면 제각각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안 갈 수가 없다.
그나저나, 세비야도 스페인의 남쪽인데, 얼마나 더울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