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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17

V. Day 7 세비야_03

아침식사 - 커피와 크라상 그리고 엠빠나다


바르셀로나에서 경험했지만, 스페인의 커피숍은 8시 이전에 여는 곳이 드물다. 그라나다는 숙소에 커피캡슐이 있어서 좋았는데, 여긴 없다. 씻고 나니 8시 약간 넘었다. 매일 늦게 자기도 하고, 항상 한 잔 이상의 와인이 이어지고 있으니, 아침엔 커피가 필요하긴 하다. 아니나다를까, 아내가 영업중인 커피숍을 검색해서는 커피와 크라상를 사오란다. 네~

숙소에서 500미터 정도. 뭐 멀진 않다. 찾아갔더니 할머니 아니 아주머니 주인(이렇게 일찍 여는 곳이 드문 것을 감안하면 주인 아닐까 싶다. 자영업자 사장님을 너무 일반화시키는 건가?)께서 이미 영업을 하고 있다. 커피 두잔, 카페 콘 레체 그리고 크라상을 시켰다. 역시 영어 거의 못하심. 몇시에 여냐고 물었는데, ‘밤 9시!’라고 대답하시네. 주문도 메뉴판을 보며 겨우 시켰다. 여기도 (freshly) brewed coffee는 없다. 


하여간, 세 잔의 커피를 테이크아웃잔에 담고, 크라상을 종이봉투에 넣어서 카운터에 올려놓더니, 그냥 가져가란다. 난 손이 두개인데?? 종이캐리어나 박스 없어요?


“No carrier?”

“No, no. Finish!!”


아이고..


그래서, 종이봉투를 하나 더 달래서, 조심스레 커피컵 세개를 넣고 한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크라상 봉투를 든 채 살살 걷기 시작. 


문제는 핸드폰을 볼 수가 없다. 즉, 구글맵을 켜고 숙소까지 길을 찾을 수가.. 하하하.

하지만, 그리 멀지 않고, 어제 여러 번 다닌 덕에 무사히 귀환. 우리 동네가 다 된 셈이랄까 

어제 밤 사놓은 엠빠나다, 과일과 함께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엠빠나다가 은근 맛있다. 


관광 전 쇼핑


옷을 좀 사기로 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마시모두띠 매장을 향해 출발. 어제 메트로폴 파라솔을 가는 동안 여러 상점이 모여있던 거리가 있었다. 모두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남짓 거리. 하루 종일 대부분 걸어 다니다 보니 매일 2만보 가까이 걷게 된다. 골목 골목 누비고 다니는 게 좋긴 하지만, 너무 늙으면 유럽여행은 힘들다는 말도 실감이 된다. 

그나저나 아내와 둘째도 쇼핑이 필요하지만, 예상보다 더운 날씨에 한국에서 가져온 옷이 너무 두꺼워서 나도 새로운 티셔츠나 반팔 옷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 열흘을 한가지 옷만 입고 찍을 순 없잖아.


쇼핑거리에 베네통 매장이 있길래 잠깐 들렸는데, 두 사람은 조금 둘러보더니 시큰둥. 나는 2층으로 올라와 티셔츠 구경. 그런데 맘에 드는 – 가격이.. – 티셔츠와 피케티가 있다. 홀라당 샀다. 20+40 유로. 모양도 가격도 괜찮다.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마시모두띠로! 바로 근처다.


붐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더니, 한국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앗,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중 공항셔틀버스와 비행기에서 봤던 가족 (아빠, 엄마, 두 딸)을 여기서도 봤다. 뭐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없고, 한국인들끼리 서로 모른 척하는 것이 국룰 같은 거라서, ‘만났다’는 표현은 쓰기 뭐하지만, 반갑다. 결국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그리고 세비야까지 일정이 같았던 거구나. 패키지도 아닌 자유여행인데 말이다. 스페인 여행하면 가야 할 유명한 곳이 대략 빤하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지었다. 


어쨌거나 아내와 둘째도 몇 가지를 샀다. 둘째가 아주 좋아한다. 마시모두띠의 매력에 푹 빠진 듯. 스페인의 대표적인 의류브랜드가 Massimo Dutti 말고도 ZARA, Mango, Desigual 등이 있던데, 모두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싸구려도 아닌 그런 브랜드들이다. 깔끔한 스타일에 합리적인 가격. 스페인식 합리주의 패션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엣지가 있으니까 인기가 있겠지.


한시간도 넘는 고민의 시간을 극복하고 무사히 쇼핑 완료. 

우리는 이제 집에 가도 된다. 하하하


아니 그전에 볼 건 봐야지~


드디어 세비야대성당!


점심식사 후 쇼핑했던 옷들을 숙소에 가져다 놓고, 옷도 갈아입고, 대성당으로 출발.

학생은 50%할인이라 둘째는 반값. 걸어가던 중, 문득, 학생증 검사할 것 같아 학생증 챙겼냐고 했더니, 역시나 깜빡.. 다시 숙소까지~


다시금 숙소 위치에 만족했다. 버스라도 타고 가는 거리였다면? 이렇게 더운데? 오 노~ 생각하기도 싫다.


드디어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세비야 대성당투어시작.


이 엄청난 성당은 사그라다 파밀리야와는 또다른 감동 내지 감흥을 준다. 오디오 가이드가 너무 설렁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볼 것도, 유물도 많다. 잘은 몰라도, 주요한 것들만 정리해도 책 한권은 – 두꺼운 – 나올 것 같다.

콜럼버스의 묘. 무덤을 짊어지고 있는 왕의 발을 만지면 세비야에 다시 오고, 부자가 된다길래 만져볼까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나저나 콜럼버스가 ‘스페인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고 유언을 했을 때는 스페인이라면 지긋지긋하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우회전략을 쓴 모습을 보고, 콜럼버스는 저승에서 뭐라고 했을까?

세비야 대성당에는 수많은 유물과 장식품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황금 제단이라고 한다. 철창으로 가려져 있어서, 일단 찍고, 철창안으로 핸드폰을 집어 넣고 다시 하나 찍었다. 크기도 크기지만, 디테일한 조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자의 수호성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관 우측 벽면에 거대하게 붙어 있는 '아기예수를 어깨에 얹고 강물을 건너는 크리스토퍼'의 그림이다.

고야가 그렸다는 세비야의 순교자인 후스타와 루피나 자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이것도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성체현시대(Custodia)'. 예수님과 같은 성인의 신체 일부분 등을 보관하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사제단 회의실(Sala Capitular)'. 천장은 르네상스 양식의 돔형태로 독특한 문양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작은 창이 여러 개 뚫려 있다. 플라테레스크양식이라고 한다는 데, 복잡한 모양이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편, 사진 오른쪽 부분에 세비야의 유명한 화가인 무리요가 그린 성모수태가 보인다. 

작은 예배당(Capilla). 예수 그리스도와 성서 이야기와 관련된 성화로 장식된 제단

성경이야기로 구성되었다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히랄다탑으로 가는 입구

히랄다탑으로 올라가며 바라본 세비야 풍경


히랄다탑 꼭대기엔 거대한 종들이 달려있다. 총 28개라고 한다.


다시 내려와 본 중앙 회랑에서 황금제단을 마주 보고 있는 성가대(Coro)다. 뒷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성가대석 중앙 통로에는 커다란 악보책을 볼 수 있는 은으로 만든 대형 악보대,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오르간이 보인다.

은의 제단. '은의 제단' 맞은편에는 '콜럼버스의 관'이 있고, 제단을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황금제단', 좌측에는 '성가대석'이 있다. 은으로 만든 조각품 중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큰 것이라고 한다. 제단 중앙의 성모상 양 옆으로 두 성인 San Isidoro 와 San Leandro가 위치한다.

산 안토니오 예배당. 커다란 제단의 가득 채우는 대형 그림은 '산 안토니오의 환상'이다. 안토니오가 기도를 하다가 영적 체험을 하게 되어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천사가 내려오는 것을 본다는 그림이다. 제단의 상단부에 있는 작은 그림도 역시 무리요의 작품인 '그리스도의 세례'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콜럼버스의 아들인 '에르난도 콜럼버스(Tumba De Hernando Colon)의 무덤'

오렌지 정원을 지나 대성당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인 'Puerta de Perdon(용서의 문, 면죄의 문)'

3시간 가까이 관람. 서 있는 것도 계속 걷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그럼에도 성스러운 기운에 은혜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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