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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19

VI. Day 8  마드리드_01

마드리드로!


6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어제 갔었던 카페에서 커피를 사올 시간은 없을 것 같고, 그냥 세비야 산타후스타 기차역(Seville Santa Justa Train Station)으로 출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숙소에 올 때 탔던 21번 버스를 내렸던 곳에서 다시 탄다. 1.4유로 * 3명 = 4.2 유로.


타기 전에도 구글맵을 통해 검색을 하지만, 타고 나서도 구글맵을 켜놓는다. 무엇을 타야 할지, 얼마나 가야 할지, 언제 내려야 할지 모두 알려주기 때문이다. 산타후스타역까지 6개의 정거장. 가고 있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니, 너무 편하다. 


사실 위치정보가 생활에, 특히 해외여행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깨닫지 못했다. 이번 자유여행 기간동안 모바일폰 그리고 구글맵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불가능하진 않았겠지만, 정말 힘들었을 게다. (물론, 그런 식으로 힘든 게 여행의 본질이라면 할 말 없지만) 아무도 론리 플래닛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세상에서의 자유여행은 우리 같은 ISTJ에게도 ‘도전’이란 말을 무색하게 한다.

도착한 산타 후스타 역 또한 여느 역과 같은 모습이다. 예약을 따로 하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달랐던 둘째의 기차표를 바꿨다. 돈을 아끼려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맞춰 시간을 늦췄었는데, 결국 더 많은 돈이 들었다. 그래도 함께 가는 게 좋아! 재밌게도 여긴 열차도 마치 비행기같다. 일찍 예매하면 더 싸고, 늦을수록 더 비싸진다. 그러고 보니 온라인이 더 싸고, 오프라인은 체계적으로 비쌌구나. 대성당입장이든 어디든 말이다.

세비야에서 마드리드까지는 Iryo(이루요)기차를 타기로 했다. Renfe라는 열차도 있는 데, Iryo가 출범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이용해보자며 예약을 했다. 세비야에서 10시 출발하면, 마드리드 아토차역에 오후 1시 5분전 도착이다.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기차를 타고 가며 먹으려고 카페테리아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샀다. 여기도 사람들이 참 많다.


마드리드행 기차(Iryo)


기차에 탑승하는 데 우리나라와 달리, 마치 비행기를 탈 때처럼 보안검색을 한다. 폭발물 정도 검색하는 것 같고, 비행기 탈 때처럼 엄격하진 않은 것 같긴 하다만, 어쨌든 시간이 걸린다. 느긋하지 않은 우리들이야 상관없지만, KTX 탈 때, 출발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객실에 올라타자마자 출발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차 놓치기 딱 좋을 듯. 

어쨌거나, Renfe가 KTX면 iryo는 SRT정도 된단다. 그래서 그럴까? 깨끗하기도 하고, 자리 간격도 넓고, 편하다. 전기코드도 있고, 쓰레기통(?)도 있다. 받침대도 있어서 노트북을 열고, 작업도 가능하다. 50유로. 7~8만원. 뭐 대략 KTX 정도의 비용으로 느껴진다.

역 카페테리아에서 구입한 샌드위치, 베이글, 커피 그리고 어제 먹다 남긴 클라라 (알함브라 아들러)를 먹고 마시며 출발을 기다린다.


출발은 조용히 정시에. 오 기차는 정시에? 비행기 특히 브엘링은 지연 출발, 연착이 일반적인데, 정시출발을 한다. 하기야, 기차의 정시출발은 기본이지. 


기차가 움직이자 졸린다. 일단 자자.

조금 자다 일어나서, 노트북으로 메일체크 등 이런저런 작업을 했다. 비행기나 버스보다 기차가 좋은 대표적인 이유다. 많이 흔들리지 않고, 좌석공간에 여유도 있어서, 받침대에 노트북이든 아이패드를 놓고 그냥 영화보는 것 이외의 작업이 가능하다. 엉덩이가 아프면 일어서서 움직이기도 좋고, 화장실 가기도 편하고. 하여간 난 기차파다. 교통체증도 안타잖아. 마드리드로 오는 도중에 우리 열차가 10여분 멈춰서 있었지만, 도착은 그리 늦지 않았다. 중간에 엑셀을 세게 밟은 걸까? 어쨌든 무사 도착.

흘러나오는 방송을 들으니 여기서 공항버스나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도 있단다. 공항을 갈 때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마드리드. 여기도 역시나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아주 좋다. 


아토차 역 부근 숙소의 편리함


아토차역 부근에 있는 숙소를 기준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진짜 역 앞이다. 역 앞에서 호텔이 빤히 보인다.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국립소피아왕비예술센터, 그리고 솔광장 등과도 멀지 않다. 마지막 날 공항버스를 타기에도 좋다. 딱 좋다. 


체크인을 하니, 멀리서 왔다고(?) 웰컴 드링크로 카바 한잔씩을 준다. Gracias!

방으로 올라가니 깔끔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묶었던 숙소 중 가장 작다. 하기야, 아파트형 숙소와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어쨌거나, 방 창문 커튼 밖으로 아토차 역이 훤히 보인다. 역 부근엔 공사가 진행중이다. 

자, 방은 봤으니, 짐을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


늦었지만 근사한 점심식사, 먹고 또 먹다!


늦은 점심이어서 배가 고프기도 했고, 날도 더워서 검색을 한 후, 딱 정해서 움직였다. 

들어가는 데, 한국사람들이 보인다. 네이버 블로그 몇 개에 좋다고 소개되면, 반드시 한국인이 있다. 언제가도. 사람은 달라도, 언제나 누군가는 있다. 흥미로운 것은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깐깐하게 평을 한다는 것이다. 즉, 몇 개의 블로그에서 괜찮다고 하면 상당히 괜찮을 확률이 높다.


보통 이러면 웨이터도 한국말 몇 마디는 한다. 여기도 간단한 한국말에 더해서, 영어지만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다.’ ‘아, 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오지만, 한국사람이 제일 낫다’는 정도까지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종류의 환대(hospitality).


하몽, 크림리조토, 가리비, 감바스 알 아히요, 그리고 이베리아 돼지구이에 상그리아 핏쳐까지 잔뜩 시켰다. 

맛있다. 메뉴 각각이 다 맛있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상그리아와 다 어울렸다. 그런데, 상그리아를 만드는 데, 환타를 콸콸 붇는 게 아닌가! 그래 저거다. 한국에 돌아가서 상그리아 만들 때 오렌지주스 이런 거 넣지 말고, 환타를 사용하자. 근데, 저 환타는 스페인에서 파는 진짜 오렌지과즙이 들어간 환타잖아? 흠.. 

하여간, 스페인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상그리아를 마시면서 익숙해져서인지, 한국에 돌아가도 자주 만들어 마실 것 같다. 


한시간도 넘게 먹으며, 잡담을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배도 부르고, 이제 오늘의 목적지 프라도 미술관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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