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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22

VI. Day 9  마드리드_04


a KFC in Madrid


둘째가 오늘 오후에 다시 산세바스티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시간도 없었지만, 스페인 온 후 많은 KFC를 지나쳤지만, 스타벅스 뿐 아니라 맥도날드나 KFC 같이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패스트후드는 가능한 가지 말자며 홀대(?)했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KFC는 맛이 어떨까하는 궁금증도 없지 않았기에 (환타 오렌지처럼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점심은 6조각 치킨을 사서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주문번호를 받아 픽업. 

191번. 전광판엔 입력된 번호만 보이고, 음식이 나오면 직원들이 불러서 주는데, 스페인어로 불러줬다. 


큰소리로 몇 번 부르는데, 우노 어쩌구 우노.. 앗 우리 것인가? 할 때, 옆의 녀석이 원 나인티 원! 하는 구만. 짜식들, 진작 영어로도 좀 부르지. 하하하

여튼 픽업! 호텔로~

마실 것이 없다. 편의점이 근처에 없어서 맥주 두 캔과 클라라를 호텔 0층에 있는 바에서 샀다. 좀 비쌌지만, 편의점을 찾아갈 여유는 없다.


드디어 식사. 역시 KFC! 한국과 맛 동일함. 그러나, 실망보다는 며칠 간 잊었던 정겨운 맛의 기쁨이 더 크다. 맛있다. 역시 치킨은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한다. KFC든 BBQ든 뭐든 말이다.


둘째가 마드리드에서 산세바스티안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5시간 반을 가야 한단다. 오후 네시가 조금 넘어 어떻게 가야하나 구글맵을 검색했는데, 시외버스 정류장은 아토차역에서 좀 거리가 있다. 택시를 타면 15분, 지하철이나 버스타면 50분 이상. 이거 뭐지? 너무 차이나는 데? 택시를 위해 버스노선을 조정해 준건가?


이럴 때 돈을 써라. 택시비를 주고 택시를 타게했다.


카카오택시 같은 free now. 우버도 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실시간으로 타는 위치를 공유하면 차가 온다. 요금도 예상요금 일단 알려주고,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몇 분을 기다리면 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너무 편하다. 몇 년 되었지만, 예전에 해외 출장을 와서 이동을 할 때면, ‘지금 나가면 택시가 있을까, 내가 가려는 목적지로 갈 택시가 곧 올까?’ 등등 불안(?)해 하며 큰 길가로 나갔었다. 택시 요금으로 실랑이도 많이 했다. 이젠 확실히 다른 세상이다. 이렇게 편하구나.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솔광장 근처 약국에서..


둘째를 보내고 잤다. 피곤했다. 여행의 후반부에 다다르자, 체력도 소진이 되는구나.

지금이라도 프라도 미술관에 가면 7시까지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아쉽지만, 그냥 좀 잤다. 자고 일어나니 6시.


뭐하지? 아내가 쇼핑을 해야 한단다. 선물을 사야 한다는 숙제머신 아내의 강력한 의지로 우리는 솔광장으로 다시 향했다. 아토차역 정류장에서 공짜 버스 001을 타고. 오늘은 정말 공짜의 날이다. 매우 만족스럽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어디에선가 시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했더니, 사람들이 자동차를 훨씬 덜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세금을 들여서 버스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승용차의 탄소배출저감효과를 감안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훨씬 이득이라고 했다. 승용차에 공해유발세금을 매기는 것보다 더 효과적 방안이란다. 뭐, 포인트는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여간, 공짜인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001버스에 관광객들이 많이도 탄다. 


버스에 내려서 솔광장쪽으로 걷다보니 TOUS매장이 있다. 첫째 아이 선물로 곰돌이 목걸이를 샀다. 75유로. 점원이 예쁘긴 한데, 몸집도 크고 운동을 했는 지 다부져보인다. 목소리도 크고 씩씩하다. 한 대 맞으면 골로 갈 듯. 문득 남녀 평등은 체력에서 나오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동의. 계산을 하니, 영수증에 더해 tax refund까지 안내를 해준다. Muchas gracias! 

조금 더 가다보니 약국이 하나 보인다. 아내가 포텐시에이터란 영양제를 사야 한단다. 약국에 들어가 두리번 거리다, 아예 사진을 보여주자 예쁘게 생긴 약사 아가씨가 ‘그거 찾을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하하.


한 통을 내보여주고, 가격을 알려준다. 16유로. 저렴한가보다. 아내가 사려고 한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약사에게 물었다.


“이거 인기가 좋나요?”


“네, 그래요.” 


“사진 보여줄 때, 당신 표정 봤어요. ‘이거 찾을 줄 알았어’라는 표정이었죠?”


“맞아요. 이거 많이 찾더라구요.” 하면서 웃는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터서였을까, 그녀가 되묻는다.


“근데 당신들 고기를 안먹나요?”


“먹는데? 왜요?”


“이거 아미노산이거든요. 고기를 먹으면 굳이 안먹어도 되는데...우리나라(스페인)사람들은 안먹어요.”


이런… 그럼 왜 우린 먹지?


아내에게 말했다.

“이거 아미노산이라 고기를 먹으면 굳이 안먹어도 된대. 여기 사람들은 이거 안먹는다는데?”


“…”


약사는 약을 파는 장사꾼보다는 진정한(?) 약사로서 이렇게까지 설명을 했으니, 그냥 가지 않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아내가 조금 생각하다 약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Three!” (세 박스 주세요.) 


"..."


엘 코르테 잉글레스의 푸드코트 -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가는 도시마다 꼭 들리게 된다. 엘 코르테 잉글레스. 쇼핑몰이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것은 지하1층 식료품점이다. 오늘은 푸드코트에서도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식당을 찾아 나서기도 피곤하고, 내일은 떠나는 날이니 그냥 맛있는 것을 사다가 호텔에서 먹고 쉬자는 생각이었다. 


Reserva 등급에 brut 맛인 카바를 한병사고, 샐러드와 멜론 그리고 음료수를 산 후, 옆 쪽 푸드코트에 들렸다. 조리된 해산물요리 매장이 있다.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그래서, 맘에 드는 음식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며 ‘올라!’하고 불렀는데, 본 척도 안하네? 

‘어 이거 인종차별?’


살펴보니, 번호표 뽑고 순서되면 주문을 받는 시스템. 아니 그럼 알려주든지.. 번호표를 뽑아서, 주문하니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포장을 해준다. 바칼라오(Bacalao)라고 붙어 있는 대구요리를 시켰다. 마감시간이 다가와서인지 동작이 재빠르다.

그라치아스! 하고 돌아서는데, 아내는 “여긴 마감세일 안하냐? 백화점 맞어?”라고 불평을 한다. 그렇다. 인종차별보다 마감세일 안하는 게 더 불만이다. 하하하.


공짜버스를 타고 호텔에 돌아와 방으로 올라가기 전, 프런트에다 얼음과 카바 잔 두개 달랬더니, 3유로라네.. 난 이게 더 화가났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무지하게 맛있었다. 특히 바칼라오, 대구요리. 그리고 얼음에 차가워진 카바까지. 아주 맛있었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로서 정말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물론, 진짜 마지막은 두 개 남은 짜파게티 컵라면이었다. 이것으로 마지막 저녁식사는 완전체가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토차 역이 밤조명을 받아 차분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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