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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24

VII. 다음 축제를 기다리며

뭐가 좋았지?


이번 여행은 너무 좋았다. 어떤 점이 좋았나?


의견 – 피곤하다 vs. 좀 더 돌아다니자, 여기서 먹자 vs. 배고픈데, 아무데나 가자 등 – 이 달라 충돌이 있거나, 다투지 않았다.

사전 준비를 열심히 그리고 잘했고, 여행 중에도 무리하게 무엇을 더 보거나 가려고 하지 않아서 모든 일정이 원활했다.

숙소나 교통편예약과 관련해서 추가 비용은 좀 들었지만, 사전 예약을 꼼꼼하게 한 덕분에, 예약이 잘못되어 황망하게 된 경우가 없었다.

배탈이나 감기 등 건강상의 문제도 전혀 없었다.

소매치기나 물품 분실 등의 불상사도 없었다.

대체적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절했다. 

인종차별 같은 경우를 겪어 기분이 나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After 25 years


몇 년 전이었다. 친구들과 일전에 들렸던 양대창집에 집사람, 큰 애와 함께 갔다. 양과 대창 섞어서 3인분과 소주 그리고 맥주를 시켰다. 


그런데, 문득 집사람이 

“차돌박이를 1인분 시키면 안될까?”라고 하는 게 아닌가? 


“뭔소리야? 여긴 양대창이 진짜 맛있어. 차돌박이 시키는 사람 못봤는데? 그냥 먹어.” 


“…”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종업원이 옆에서 구워주기 시작했다.

거의 다 구워졌길래, 먹자고 했는데, 집사람이 손도 대지 않는 것 아닌가!


“왜 안먹어?”


“나 대창이나 양 안먹어.”


“?” 


‘무슨 소리지?’


“예전에 다른 곱창집, 대창집에 갔었잖아.”


“그때도 난 곱창 안먹었어. 나 어릴 때부터 비위가 약해서 이런 거 못 먹었어.”


“그럼 뭘 먹었어?”


“함께 얹어서 구워주는 야채와 고구마 같은 거 먹구, 나중에 볶음밥 한 거 좀 먹었었어.”


“진짜?”


“언제 내가 뭘 먹는지 관심이나 있었어?”


결혼 20여 년만에 아내가 곱창을 못먹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순대국도 거의 손도 대지 않았던 것 같다. 아주 희미하게.


그런데, 아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잘 알까? 


25년이 지난 후, 어쩌면 아직 우리가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사이나 무관심한 사이 말고,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사이로서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웃음과 망각의 시간은 끝났지만, 다음 축제를 기다리며...


도저히 중간에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멀리 떠났었고, 현실은 잊은 채 웃음과 여유로 가득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웃음과 망각으로부터 다시 돌아왔다.


현실은 그대로이고 모든 문제는 해결되어 있진 않다. 애당초 그러길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을 정면으로 마주할 힘과 용기를 충전하길 바랬고, 지난 열흘의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다시 떠나게 될 것이다. 다음 번 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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