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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논란

누구를 위한 정책일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건 정부가 올해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세제 혜택 중 하나로 발표했고,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 항목에도 포함되었던 사안이다.


현행 세법상 국내 주식 투자로 받은 배당금에는 일단 14%(지방소득세 포함시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리고 만약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다른 소득과 합산한 뒤 누진세율(6~15%, 지방소득세 포함시 6.6~49.5%)이 적용된다.


과도한 상속세율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여,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을 받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느니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에 자금을 유보시킨 다음 편법적인 방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유도하고 있다. 만약,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돼 배당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이 줄어들면 배당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주주환원도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부자감세라며 야당측에선 반대였고, 통과가 쉽지 않아 보였는데, 문득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하면 누가 어느 정도의 혜택을 누릴지 분석해보고자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이미 깔끔하게 분석한 자료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분 주식 배당소득은 29조1838억원, 펀드를 포함해 배당을 받은 주식투자자는 1724만명이다. 이중 상위 0.1%의 배당소득은 1인당 평균 8억3000만원, 상위 1%는 1억2000만원을 배당소득으로 받는다. 반면 상위 1%를 제외한 하위 99%의 배당소득은 평균 50만원 수준이며, 하위 50%(862만명) 배당소득은 평균 1만원 안팎이다.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적용하면,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우대 세율은 5%p 정도지만, 연 2000만원이 넘는 경우는 그 우대 세율이 20%p까지 늘어난다.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최고세율을 기존 최고세율인 45%가 아닌 25%로 낮춰 적용하는 등 저율 분리과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평균이 8억3174만원으로 추정되는 상위 0.1%(1만7236명)의 경우, 과세특례를 적용받는 소득이 2억9943만원으로 4342만원의 세금 감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재벌총수로 알려진 상위 10명(1인당 1515억원)은 약 79억원의 소득세가 감면된다는 추정이다. 반면 하위 99%의 배당금은 50만9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경우 종전 대비 증가한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9%(현행 14%)의 우대세율을 적용받기에 겨우 9160원 수준의 세 감면 혜택만 받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0.8%에 감세 효과가 집중한다는 것이고, 감세 효과를 추정하면, 상위 1%의 감세 효과 총액은 1조600억원, 하위 99%의 감세 효과 총액은 1560억원 정도로 상위 1%가 전체 감세 효과의 87%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대주주와 재벌총수 등 주식 소유자 상위 0.1%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부자감세정책이다.


며칠 전 국회전자청원에서 5만명 이상이 동의한 가상자산 과세유예 건도 그렇다.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 또는 대여로 250만원(기본공제금액)이 넘는 수익을 올릴 경우, 22%(지방세 포함) 상당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의 수익을 얻으면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인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투자자 778만명 중 47.6%인 371만명이 2030세대다. 이들 가운데 63.6%가 50만원 미만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투세 논란 때처럼, 대부분은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어도 별 영향이 없다. 더욱이, 침체된 국장을 더 침체하게 만들 것이라는 식의 주장도 끼어들 틈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가상자산에 대한 공정, 공평한 과세가 현재 준비 상황으로는 어렵고, 가상 투자자 중 대다수는 청년으로서 가상자산이 이들의 자산 형성 사다리로 활용되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발맞춰(?) 야당도 공제한도를 당초 예정했던 25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도, 그리고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주장임을 알아도, 이러한 정책적 역선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선거는 승부’라고 했던 야당의 대표가 금투세 도입 폐지에 이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의 주식시장이나 경제 상황 뿐 아니라 민심도 참 심상치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당장은 (부자)감세정책이 먹힌다는 판단 아니겠는가! 


필자는 항상 궁금했다. 왜 이런 정책이 중산층 이하에게 먹힐까? 정치권이 선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중의 선호에 맞춰 정책을 제시하는 것인지 그 선후 관계는 다소 모호하지만, 중산층 이하 계층이 금투세 폐지나 대기업·부자 감세 정책을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거론되는 몇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감세 정책이 기업의 투자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결국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논리, ‘기업이 돈을 벌면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식, 펀드, 가상자산 등 금융시장 참여가 대중화되면서,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가 모두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확산되어,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금투세 폐지와 같은 정책이 자신들에게도 직접적 혜택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명도 있다.


여기에 세금은 정부가 개인의 소득이나 자산에 강제로 손을 댄다는 느낌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내 돈을 빼앗긴다’는 심리적 반발감이, 감세 정책에 대한 찬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낙수효과는 과거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금투세 폐지 같은 감세정책이 주식이나 금융 상품에 투자한 소규모 투자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중산층 이하의 실질 소득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고액 자산가와 대기업이 대부분의 혜택을 가져갈 뿐이다. 


금투세도 그렇고, 배당소득 종합과세나 가상자산 과세는 기본적으로 근로소득(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간의 과세 불균형 해소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원칙에 기초한다. 결국 이런 제도의 폐지나 유예는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되어,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이는 장기적인 세수 감소와 재정적 지속 가능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실제로 그리 크지도 않은 단기적 혜택 – 소득증대나 경제활성화 -에 주목하다 중산층 이하 계층은 세수감소로 인한 복지축소라는 중장기적 부작용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복잡한 경제적 문제를 단순화하고, 정책의 장기적이고 실질적 효과보다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한다면, 이게 바로 포퓰리즘 그 자체 아닐까? 더군다나 지금 폐지나 유예를 거론하는 정책들은 모두 몇 년 전 여야합의를 통해 결정되었던 사안들이다. 정책의 안정성이나 신뢰 모두를 스스로 거스르며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멋지게 이길 자신이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5년 뒤, 10년 뒤에도 국민의 삶은 온전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는 필자에게 이른바 ‘현타’가 오는 것이 단순한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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