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세무산책_09
"대표님, 엑셀 파일만 주시면 저희가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전표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1인 개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P대표. 그는 첫해 매출이 3천만 원도 안 되자, "기장료 몇 푼이라도 아끼겠다"며 엑셀에다 매출과 비용을 꼼꼼히 정리했다. 날짜, 금액, 거래처, 내역까지... 스스로 보기엔 완벽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부가가치세 신고 마감 3일을 앞두고 공인회계사를 찾아갔을 때, 돌아온 답변은 차가웠다.
“대표님, 이건 세법에서 요구하는 ‘회계장부’가 아니라 가계부 수준입니다. 분개, 계정과목, 전표 연결이 전혀 안 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그가 정리한 엑셀은 세법상 '장부'가 아닌, 그저 '개인 용돈 기입장'에 불과했다. 복식부기의 기본 원리인 차변/대변 구분도, 계정과목 설정도, 증빙과의 연결도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공인회계사는 모든 영수증과 거래내역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했고, P대표는 긴급 기장 수수료에 신고 지연에 따른 가산세 위험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는 허탈하게 말했다.
“그냥 처음부터 맡길 걸 그랬습니다. 아끼려다 시간, 돈, 마음고생까지 세 배로 했네요.”
회계 기장(Bookkeeping)은 단순히 돈의 입출금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회사의 모든 경제 활동을 세법과 회계 기준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번역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특히 상법상 주식회사인 법인사업자는 복식부기 의무가 있으며, 이는 선택이 아닌 법적 강제사항이다. 더욱이 외부감사, 투자유치, 대출심사, 정부지원금 신청 등 모든 외부 신뢰 확보의 기초가 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모든 거래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회계장부에도 왼쪽(차변)과 오른쪽(대변)이 항상 균형을 이룬다.
가계부: "카페에서 1만 원 지출" (결과만 기록)
복식부기 장부: "복리후생비 1만 원 발생(비용-원인) / 보통예금 1만 원 감소(자산-결과)"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함께 기록해야 회사의 재산 상태(재무상태표)와 경영 성과(손익계산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엑셀 정리 = 기장: 엑셀은 '자료 모음'일 뿐, 복식부기 원리에 따른 분개, 총계정원장, 시산표가 없다면 세법상 장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출 기록 = 비용: 세법상 비용의 핵심은 '지출했다'가 아니라 '적격증빙이 있다'이다. 세금계산서, 신용카드전표 등이 없는 현금 지출은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홈택스 직접 신고 = 절약: 세무 지식 없이 직접 신고했다가 오류나 누락이 발생하면, 가산세는 물론이고 향후 세무조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인이라면 '외부기장'을 기본값으로 생각하라.
법인의 재무제표는 세금 신고뿐 아니라, 투자 유치, 정책자금 신청, 은행 대출 등 모든 의사결정의 기초 자료다. 전문가가 작성한 신뢰도 있는 재무제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비전문가가 작성한 장부는 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세무대리 수수료, 이렇게 하면 아낄 수 있다.
세무대리인의 업무는 '증빙 정리'가 아니라 '회계 처리와 세무 판단'이다. 따라서, 증빙 자료를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 모든 거래는 법인통장과 법인카드로만 사용 (개인 경비 혼용 금지)
- 종이 영수증은 월별로 모아 스캔해두기
- 모든 세금계산서는 홈택스를 통해 전자 발행/수취 습관화 → ‘증빙 정리’는 대표의 몫, ‘회계 처리’는 전문가의 영역.
기장은 회사의 '언어'이고, 재무제표는 회사의 '얼굴'이다. 엉터리 기장으로는 절세도, 투자도, 신뢰도 얻을 수 없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