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세무산책_10
"이 카드 내역, 전부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하는 L대표. 그의 개인 신용카드 연간 사용액은 1억 원이 넘었다. 야근 식대, 지방 출장비, 직원들 명절 선물, 해외 SaaS 구독료까지… 그가 생각하기엔 100% 업무 관련 비용이었다. 법인 계좌에서 카드값이 정상적으로 이체되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법인세 결산을 앞두고, 공인회계사의 답변은 냉정했다.
"대표님 개인카드로 사용하신 내역은, 세법상 '적격증빙'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설령 업무 관련성을 주장하시더라도, 국세청은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 또는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1억 원의 지출 중 절반가량은 손금불산입 즉,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수백만 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한 것은 물론, 상여처분에 따른 소득세와 4대보험료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돈을 썼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법의 세계에서 비용(손금)의 존재는 '지출했다'는 주장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오직 법이 인정한 증거, 즉 '적격증빙'을 통해서만 증명된다. (법인세법 제116조. 지출증명서류의 수취 및 보관) 적격증빙이 없는 지출은 아무리 업무와 관련이 깊어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거래 건당 3만 원 이하의 소액 경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적격증빙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증빙불비가산세(2%)'가 부과된다. 즉, 간이영수증은 최후의 수단일 뿐, 원칙이 될 수 없다.
법인세 증가: 비용(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회사의 이익이 부풀려지고, 법인세 부담이 직접적으로 증가한다.
부가세 폭탄: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이 늘어나거나 환급액이 줄어든다.
대표이사 리스크: 증빙 없는 지출은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가져다 쓴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처리되어, 인정이자(연 4.6%) 계산되고, 상여 처분에 따른 소득세와 4대보험 부담 등 2차적인 세금 문제를 유발한다.
모든 지출은 '법인카드' 한 장으로 통일하라.
여러 장의 카드를 쓰는 대신, 주력 법인카드를 정해 모든 경비를 처리하는 것이 관리의 시작이다. 개인카드는 아예 법인 업무에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홈택스에 사업용 신용카드를 등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영수증은 사진을 찍어 놓아도 효력이 발생한다.
종이 영수증을 모아두는 시대는 지났다. 네이버 MYBOX, 자비스, 이지샵 등 영수증 관리 앱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결제 즉시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원본은 과감히 버려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 파일과 데이터다. '날짜_금액_사용처' 형식으로 파일명을 정리해두면 완벽!
3만 원 초과 거래는 '계좌이체 + 적격증빙'이 철칙.
공급자가 카드 결제나 세금계산서 발행을 꺼리는 경우, 반드시 계좌이체를 하고 현금영수증(지출증빙용)이라도 받아야 한다. 증빙 없이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은 비용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경조사비, 이렇게 하면 비용으로 인정받는다.
청첩장, 부고장(모바일 포함)을 반드시 캡처하거나 저장해두고, '경조사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여 내부 결재를 받아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액(통상 건당 20만 원) 내에서 비용(접대비 또는 복리후생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증빙 없는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횡령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위험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