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뽕에 대한 의학적 고찰
러너들은 사이에 통하는 얘기가 있다.
대회에 나가서 "대회뽕"으로 달린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특히나 메이저 대회인 서울 동아 마라톤이나 JTBC 마라톤 등 응원열기가 가득한 대회에서는 이 대회뽕이 극에 달해서 기록도 잘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회뽕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회뽕이란 평소 내가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 페이스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향상된 기록이라는 성과를 내었다면, 대회뽕이란 허상이 아닌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뽕의 정체가 무엇일까.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그 범인으로 유추가 가능할 것 같다. 대회장에서 많은 러너들을 만나고, 주로에서의 뜨거운 응원열기 등에 힘입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상승하고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우리는 행복감에 도취가 되고 경쟁심이 항진되어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나의 역치 페이스를 벗어난 오버페이스라면, 탈진할 수도 있는데 우리 몸은 최대 산소섭취량의 95% 이하의 강도에서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둘 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페이스로 달리게 되면 오직 탄수화물에만 의존하여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거리인 10km나 하프 마라톤에서는 간과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쓰면서 약간의 오버페이스를 하더라도 완주를 할 수 있어 대회뽕이 통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풀마라톤과 같은 장거리에서는 소위 대회뽕이 기록단축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일단 초반에 평소 훈련한 페이스보다 오버해서 빠르게 달리게 된다면, 우리 근육의 글리코겐은 달리는 속도와 비례해서 빠르게 소진된다. 간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양은 제한적이라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육 내 글리코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30-35km 이후 정도의 장시간 달리기 이 후 혈 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지고 근육내 글리코겐도 소진되어 탈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회뽕이란 어쩌면 풀코스 마라토너에게는 독이 든 잔과 같은 것이다.
평소 훈련을 통해 내가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역치 페이스를 파악하여 30km 이후에도 탈진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초반 오버페이스를 각별히 조심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회뽕은 10km나 하프마라톤에 양보하고, 풀코스는 나의 평소 훈련 페이스를 믿고 "대회뽕"에 취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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