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카페에 가 본 이가 쓰는 글
어느 느긋한 일요일 오후였다. 비까지 추적추적 오고 할 일이 없었다. 모처럼 무료한 주말 오후라 나는 길을 나섰다.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가서 자리 잡고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집에서 읽으면 될 것을, 비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이기에, 허세을 부려보기로 한 것이다. 천장이 높고 통유리로 된 카페에서 조용하게 빗소리 들으며 책이나 읽어야지 하며 작은 사치를 꿈꾸며 나선 것이다.
그런데 옆 테이블이 문제였다. 아니지, 그날의 카페는 책 읽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요일 오후에 카페에 온 내가 이질적인 존재였던 건 확실하다. 넓은 스타벅스 내부는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남자아이 한 명을 둘러싼 부모가 아이 수학을 가르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아이도 만만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배운 거랑 아빠랑 다르다고 지지 않고 반박하는 듯했다. 여하튼 그들의 수학 과제 해결과정은 순탄치는 않은 듯했다. 결국 숙제를 안 하겠다는 아이의 비위를 맞춰가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 가족은 일요일 오후에 굳이 초등 저학년으로 보이는 애랑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소음으로 인해 독서에 집중할 수 없어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가족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수학 문제집을 들고 나온 엄마 혹은 아빠와 초등학생들이 꽤 많았다. 내가 서울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대구의 유난스러운 학구열의 동네에 살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초등학생이라 혼자 카페에 올 나이가 아니니 부모와 함께 온 것이겠지. 공부도 가르쳐주고 맛있는 음료도 마시고, 핸드폰도 보며 아이 옆에 지키고 있는 부모와 숙제하는 초등학생 자녀. 올드 세대라 그런가, 조금은 낯선 모습이었다.
그들은 신인류의 가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인류의 가정에서는 주말 오후엔 아이와 숙제하러 카페에 간답니다. (맞나요? 신인류가 아니라 잘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