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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에서 건강했던 사람의 사망은 왜 일어날까

ㅡ의학적으로 살펴보는 마라톤 사망 사고의 원인

마라톤 대회에서 가끔 보도되는 사망 사고는 사실 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러닝붐이 크게 일면서 그 빈도가 많아지고 이슈로 부각되어 재조명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건강하려고 시작한 운동인 달리기가 예상치 못한 죽음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마라톤 사망 사고


1. 정말로 질병이 없던 건강한 사람의 돌연사일까?


의학적으로 보면, 마라톤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는 대부분 심장성 원인, 특히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급성 심정지다. 역설적이게도 마라톤 대회에서의 사망 사고의 많은 사례는 병력 없이 “건강한” 참가자에게서 일어난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10년 동안 미국의 마라톤 대회의 사망자를 분석하였더니 발생한 심정지의 대부분이 결승선 인근에서 발생하였고 90% 이상이 남성에게서 발생하였으며 주요 원인은 관상동맥질환 및 비후성 심근증이라고 한다. 즉, 연구에서 확인된 사망자의 대부분은 본인이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진단되지 않은 관상동맥질환(죽상경화로 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심근 비후 등 구조적 이상) 이 있던 경우였던 것이다. 완전히 정상인 혈관이 갑자기 터진 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좁아져 있던 혈관이 장시간의 강한 운동 스트레스와 탈수, 교감신경 자극 등으로 인한 자극으로 인해 악화되며 발생한 심정지였다.


2. 날씨가 만든 ‘위험한 완주’


지난 달 거제도에서 열린 꽃섬 마라톤 대회 사망 사고의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마라톤 대회에서 선수들의 기록 성패는 몸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그 날의 기온, 습도, 강수 등의 날씨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습도는 높고 기온은 10월임에도 높았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에서 오랜 시간 달리다 급격히 체온이 올라갔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한 러너는 달리기로 인해 몸이 힘든 것이라 생각하고 PB를 세울 생각에 꾹 참고 계속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올라간 체온 탓에 체내 단백질이 변성되고, 뇌 기능이 급격히 무너졌을 것이다. 충분한 마라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이러한 환경적 악재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게 될 수 있다.


3. 달리기를 할 때는 무조건 ’물 많이 마시면 좋다’는 착각


마라톤 전후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말은 진리처럼 퍼져 있다. 하지만 과도한 물 섭취는 오히려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EAH)”을 부른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뇌부종이 생기고, 의식저하·경련이 뒤따른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장거리 달리기 참가자의 약 7~15%가 무증상 EAH를 경험한다고 보고 되었다. 물도 중요하지만 물만 지나치게 마시는 것 보다는 땀 등으로 배출된 나트륨 등의 전해질이 포함된 적절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4. 국내에서는 어떤 보고가 있었을까?


2013년 대한내과학회지에는 마라톤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명의 사례가 보고됐다. 건강하다고 생각된 성인 마라토너 2명이 풀코스 마라톤 중 의식 저하 및 심정지가 생겼고 결국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 되었다. 이들은 과거 병력이나 명백한 심혈관질환 진단이 없었던 상태였다. 이 사례는 마라톤과 같은 격렬한 운동이 예상치 못한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5. 우리가 마라톤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


이제까지 마라톤은 “건강을 증명”하는 운동이라 생각되어왔다. 적어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라면, 체력이나 건강 면에서는 인정이니까 말니다. 그러나 42.195km 라는 거리는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 의미는 바로 그 한계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마라톤의 유래가 되었던 고대 아테네의 병사도 42킬로미터의 거리를 뛰어와 승전보를 전하고 죽었다고 하지 않은가. 한계에 도전한 댓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42.195km는 무작정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러너라면 꼭 가야만 하는 길도 아니다. 충분히 준비하고 다양한 기상을 경험하며 충분히 긴 거리를 달려본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건강했으나 갑자기 대회 날 쓰러진 러너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언제나 잊지 말자.



참고문헌

1. Kim JH, et al. Cardiac Arrest During Long-Distance Running Races. N Engl J Med. 2012;366:130–140.

2. Redelmeier DA, et al. Cardiac Arrest During Long-Distance Running Races, 2010–2023. JAMA. 2025.

3. Hew-Butler T, et al. Exercise-Associated Hyponatremia: 2017 Update. Front Med (Lausanne). 2017;4:21.

4. Sakamoto M, et al. Exercise-Associated Hyponatremia in Marathon Runners: Narrative Review. Front Physiol. 2022;13:9699060.

5. Lee BM et al. Acute Myocardial Infarction During Marathon Running: Two Case Reports. Korean J Med. 2013;85(3):278–283.

6. Kyung YY et al. Types of Injuries by Race Section During Marathon Races. J Korean Soc Emerg Med. 2006;17(4):325–333.

7. National Athletic Trainers’ Association Position Statement: Exertional Heat Illnesses. J Athl Train. 2015;50(9):98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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