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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빅 May 23. 2023

[일상] 팝업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여운이 남는 공간 ‘Y캠퍼스’ 방문기

#대기업퇴사 #퇴사 #마케터 #퇴직후일상 #브랜드 #팝업 #Y캠퍼스 #KT #Y


여운이 남는 공간 'Y캠퍼스' 방문기 (연남동 카페 꼼마) 

늦은 오후 전 직장, 정확히 말하면 전 우리팀이 기획한 연남동 팝업 행사장으로 향했다. 작년말부터 치열한 고민을 통해 기획된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안이 수 차례 엎어지는 과정을 통해 나온 귀한 아이다. 준비 과정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회사를 나오게 되었지만(기획에 내 지분은 크지 않다) 남은 친구들의 노력과 고생으로 드디어 선보이게 되었다. 


팝업(?)... 코로나가 잠잠해진 작년 하반기 이후 거리로 쏟아지는 인파들, 그 인파에게 각자의 브랜드를 각인 시키기 위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행사 니즈가 폭발했다. 성수, 홍대, 가로수길 등 사람이 몰리는 번화가에 각자의 컨셉으로 매일매일 팝업 이벤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PV, 반응률' 등 데이터로만 성과를 측정하는 디지털(바이럴) 마케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객의 실질적인 반응, 생동감이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Back to the Basic ! 우리도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기획하게 되었다. 


통신사에서 마케팅을 기획 하면서 참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손에 잡히는 제품도 없는데다가 스마트폰 시대 이후에는 출시되는 단말, 서비스 차별화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우리만의 USP를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시장환경에 따라 한동안 MASS화 된 마케팅 전략이 우선시되고 광고 중심(TV, 유투브)으로만 흘러갔던 기간도 길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2019년인가(?) MZ라는 기괴한 세대론이 등장했다. 1980년대 생부터 2000년대 초반생까지(?) 이 넓은 세대를 하나로 묶는 특이한 개념이었다. 언론에선 ‘MZ가 온다’, ‘MZ가 중요한 이유’ 등 그들을 타겟으로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아니 망조 있는 브랜드 인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회사도 영타겟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커져가고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20대 서브 브랜드 ‘Y’ 다. 영타겟이면 대학생(?) 아니면 MZ라는 세대론을 적용해야 하나(?) 내부의 다양한 토론이 있었고 결국 메인 타겟 ‘Y = 20대’ 로 정리되었다. 전담팀이 꾸려졌고 최대한 고객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브랜드로 자리 잡는 과정이 순탄지는 않았다. 아니 정말 힘들었다. 일단 고객들의 무관심, 냉담함이 가장 큰 상처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도전중이지만 2년 반 동안의 노력 속에 얻은 부분도 많기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브랜드 마케팅 과정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따로 정리하기로 하고, 팝업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작년부터 참고하기 위해 ‘브랜드 팝업’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특유의 감각을 가진 브랜드들의 팝업을 갈 때마다 감탄과 동시에 자극을 받았던 경우도 많았지만 반대로 방문 후 기억에 남는 것이 적은 아쉬운 팝업도 많았던 것 같다. 보통 제품 중심의 스토리와 비쥬얼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은데 너무 제품에만 초점을 맞춘 팝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적었던 것 같고 반대로 제품 보다 공간 자체에 차별화를 두어 구성한 팝업들은 기억에도 많이 남고 오가닉 바이럴도 많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차별화 된 팝업, 공간 구성 참 어려운 일이다. 


'Y캠퍼스'에 대해서 대략적인 컨셉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기획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기에 궁금증이 많았다. 흔한 팝업들 처럼 단순 모객을 위한 선장품 나눠주기, 흘러가는 브랜드 부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걱정 반 기대 반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방문 후 소감을 말하자면 “이 정도면 잘 한 거 아냐?” 딱 이 정도의 칭찬을 고생한 전 팀원들에게 자신있게 해주고 싶다. 뭐가 달랐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내가 보고 느낀 부분을 적어보려 한다.

연남동 5층 건물 '카페 꼼마' 전체를 대관해 진행중인 ‘Y캠퍼스’는 일반적인 팝업들과 다르게 명확한 컨셉을 잡은 부분이 인상 깊었다. 팝업(?)보다는 강연장에 가깝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팝업 기간 10일동안 각 분야 연사들의 강연(가수 지올팍, LOL게임단 KT롤스터, 개그맨 김용명, 크리에이터 한국타잔과 너덜트, 민가든, 닛몰캐쉬, 마술사 김준표, 댄서 모니카, 마땡킴 김다인 대표 등)과 다양한 취미생활 전문가 클래스(푸어링, 가드닝, 스마트폰 촬영&보정, 일러스트, 조향, 레진 등)가 오후 내내 열리고 수강신청 하듯 사전에 신청 받아 무료 청강이 가능하다. 20대 Y퓨처리스트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 초빙한 라인업이라고 들었는데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아 참신함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강사 라인업이다. 

<Y를 위한 강연과 클래스>

공간구성은 대학교 캠퍼스 컨셉으로 지독한 컨셉충의 요소요소가 묻어나 있었다. 입구부터 공중전화 박스를 활용한 포토존과 무료 커피차, 무료 포토매틱 사진 이용이 가능하고 리셉션(입학 안내처)을 통해 각 층의 소개가 시작된다. 각 층 컨셉에 맞게 과방, 중앙도서관, 동아리 부스마다 미션을 진행하게 되는데(시간은 좀 걸린다^^;) 다 하면 선물 혜자스럽게 준다. 우리 친구들이 기획해서 그런가(?) 그래도 난 알아줘야지(?) 공간 곳곳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Y아티스트(일러스트) 작가들과의 협업 아트웍 구성은 내 스스로도 뿌듯함이 느껴졌다.   

<Y캠퍼스 팝업 현장>

방문한 김에 평소 관심있는 ‘스마트폰 촬영과 보정’ 강연에 참석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감성과는 거리가 먼 ESTJ 슈퍼꼰대이자 똥손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우면 좀 다르겠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러가지 팁이 있었지만 핵심은 3가지... 1번 망원렌즈 촬영 습관, 2번 카메라 격자선 활용 (수평 수직 맞추기), 3번 Lightroom 앱 보정이다. 여행가서 찍은 사진으로 배운대로 아래와 같이 보정해 보았고, 카페에서 사진도 한 번 찍어보았다. 제법 느낌이 좀 나는 것 같은데... 판단 부탁드린다. 브런치 사진 다 바꿔야겠다.^^;

<스마트폰 촬영법과 보정 _ 배움의 결과>

다음 강연은 도전의 아이콘 유투버 ‘한국타잔’님의 시간이었다. 유투브에서 우연히 ‘5시에 기상하기’ 영상을 본 기억은 있었는데 잘 알지는 못했다. 근데 이 분 어리지만 참 대단하다. 뭔가 삶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난 저 나이 때 왜 그러지 못했는가. 퇴사를 결심하고 백수가 된 지금 내가 하는 고민에 대해 많은 답을 내려주고 있었다. 뭘 할 까를 고민하지 말고 왜 해야되는지에 대한 본질을 찾는 과정 그게 우선이라고... 오랜만에 누군가의 강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고민이 시작될 것만 같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딱 10년만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 어른들이 항상 그랬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두려움이 계속 커진다고. 나 개쫄보가 된 것 같다. 용기는 내어 자유로운 몸이 되었는데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한 두려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도전의 아이콘 유투버 '한국타잔'>

Y캠퍼스는 이번주 일요일 (~5/28일)까지 계속된다. 노쇼로 인한 현장 신청도 받고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관심있는 연사의 강연날 방문하면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왜 좋은 팝업이냐고? 지인들이 해서 그런거 아니냐고? Nop! 왜 좋은 팝업인지 그 이유를 말해보겠다. 엄청난 임팩트가 아니라면 단발적인 마케팅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금방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지속성이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Y캠퍼스는 분기별로 20대가 관심있는 연사들을 초빙해서 꾸준하게 운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게 핵심이다. 한 번이라도 와서 강연을 들은 사람이라면 나처럼 좋은 기억을 가지고 Y라는 브랜드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공간을 누구보다 간지나고 멋지게 꾸밀 자신이 없다면 (실력이 없는 것보다는 비용의 문제가 더 크다) 명확한 컨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캠퍼스라는 무대,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의 컨셉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사들의 퀄리티... 오늘 내가 들은 두 강의 모두 훌륭했지만 그 전에 진행된 강연들도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심지어 개그맨 김용명씨는 어려운 시절을 추억하다 눈물도 흘리셨다고... (누구를 상대로 이런 강의는 처음이라고 했단다)


한발 한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팀원들과의 기억들도 많이 떠올랐고... 파트너사로 함께하고 있는 대학내일의 동지들도... 이번 주 내내 시간이 허락되면 최대한 한 명의 고객 자격으로 많은 강의를 듣기위해 현장에 방문할 계획이다. 아! 유투브 채널 '@Y스튜디오' 에서 라이브로 송출된다고 하니 온라인으로 청강을 원하는 분들은 들어보시길 바란다. 


수고했다 얘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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