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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Oct 09. 2023

잔잔하게 바로서기

최근 몇 주간 나는 중심을 많이 잃었다. 활처럼 굽은 허리와 젤리처럼 흐물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몇 년간 주도적으로 매일의 목표를 세우며 하나씩 수행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온 습관 때문인지, 이제는 목표가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 쉬운 넷플릭스조차 목표치가 없으면 금방 끄고 만다. 내게 주어진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예전처럼 목표를 세우는 것이 쉽지가 않다. 세우더라도 끝까지 이행할 동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할 것만 같고, 그렇지 않으면 미지의 집단으로부터 뒤쳐진다는 생각이 나를 좀먹는다. 몸이 심하게 아팠던 연휴 초기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수용하지 못하고 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하느라 머리가 더 아팠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얻는 것도 없이 스트레스만 늘어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칠 것이다. 심연의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똑바로 서지 못하는 다리로 뛰는 것보단 올바르게 걸을 수 있는 다리의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잔잔하게 바로 서기 project> 

1. 운동 재개하기

손목 염증을 핑계로 1달간 러닝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았다. 몸이 건강하고 커져야 마음도 그에 맞게 자라날 수 있다.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땀 흘려보자.


2. 핸드폰 멀리하기

나를 바보로 만드는 핸드폰을 최대한 멀리하자. 이동시간에는 핸드폰 속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관찰하자. 근육은 가상 세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재에 집중하자.


3. 이직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올 상반기를 돌이켜보자. 1년간 나를 견고히 다질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회사에 들어갔고, 부드러운 호흡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근 몇 주 동안 이직의 압박에 시달리며 내 기준점이 안에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중심을 다시 안으로 가져올 때까지 이직 따위 심심풀이 땅콩정도로 생각하자. 사실 땅콩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ㅋ


4. 적금 시작

현 회사에 입사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모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현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이젠 할 때다. 돈을 모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느끼자.


5. 일기 쓰기

사실 이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파편들이 산발적으로 기록되는 것보단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런 의미로 브런치를 사용할 것이다. 오늘부터 브런치는 나의 일기장이자 친구이자 pt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럴 거라고 굳게 믿는다. 


6. 계획 세워서 이행하기

1번부터 5번까지 착실히 수행한다면 계획을 세울 동력이 충전될 것이라 믿는다. 소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이행하면서 뿌듯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던 기분을 다시금 느껴보자. 파릇한 미소로 잠에 들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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