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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Dec 04. 2023

수취인은 가장 마지막에

시간을 선물하는 편지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행사와 가족, 지인들의 기념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때 선물이 빠질 수 없겠죠. 더불어 진심이 담긴 손 편지 또한 따뜻한 연말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요.

하지만 우리는 요즘 다양한 이유로 손편지를 잘 안 쓰게 되죠. 바빠서, 쓸 사람이 없어서, 귀찮아서, 카톡이 있어서 등등.

반대로 우리가 편지를 쓴다면 왜 쓸까요? 보통은 진심을 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편지를 택하곤 하죠. 편지는 쓰는 이의 그 순간의 감정이 글씨체로 고스란히 드러나니까요. 그리고 단순히 타자를 치는 시간보다 더 깊고 오래 생각하며 종이를 채워 나가죠. 그렇게 정성스레 완성된 편지가 누군가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타자를 쳐서 전송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죠. 왜, 꽃을 선물하는 건 타인의 시선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결국 편지는 쓰는 이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편지를 쓸 때면 받을 사람을 가장 먼저 적게 되잖아요. to. 000.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받을 사람을 가장 마지막에 정해 보는 편지는 어떨까?" 예를 들면, 일단 요즘 드는 생각과 감정들을 주욱 써내려 가보는 거예요. 그렇게 완성된 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마지막에 정해보는 거죠. 처음부터 A를 생각하며 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쓰고 보니 A에게 주고 싶어졌어!라는 것도 꽤나 감동적이지 않을까요? 설령 그 글을 주고 싶은 사람이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간 나타날 거고, 그럼 그 사람은 그동안의 시간을 모조리 선물 받게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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