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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Dec 18. 2023

'잔잔'한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는 이의 '독'한 이야기

#1. 내가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는 이유

브랜드 마케터가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요즘, 문득 이 직업에 대한 열망이 차올랐을 때가 떠올랐고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4월의 기록을 핸드폰 메모장에서 마주했다. 그때의 기록은 이렇다.



지금까지 패션의 바닷속에서 시각 콘텐츠를 보란 듯이 만들어내겠다는 나의 꿈은 어쩌면 허황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감각적인 것들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끄는 분야가 패션 산업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렇기에 나도 그 흐름에 탑승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이들과 나는 삶의 방식이 꽤나 달랐다. 정확히는 취향이 달랐다. 그들이 디제잉 파티를 갈 때 나는 채광이 잘 드는 핸드 드립 카페에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의 팝업 전시를 갈 때 나는 도자기와 공예품을 파는 쇼룸에 방문했으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즐겼다. 내가 바라본 패션계 종사자들은 대체로 그러했다. 그것을 절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가 동경하는 이들의 취향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공부하듯이 그런 곳들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난 취향을 떠나서 그냥 그들처럼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근사해 보였고 감각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난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 억지로 패션이라는 빠른 물살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제 굳이 사진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불행할 것 같지 않다. 사진이 질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패션 문화와 사진을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문화와 미디어 자체가 좋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사고와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미디어가 좋다. 사진, 영상, 글, 설치 뭐든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그것을 간접경험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고 모두 업으로 삼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곁에 두며 일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선하고 유한 것들을 느끼며 감동하고 싶다. 거기에 내 시선을 투영해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이런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브랜드 마케터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습관이 있는 사람. 그런 것들에 쉽게 공감하고 감동하는 사람. 그런 분야의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브랜드 마케터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10년 차 브랜드 마케터 정혜윤 님이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정말 자극적이었다. 내 시선으로 기록된 여러 요소들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일이라니. 시각적, 미학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며 자연스레 소비를 유도하고 덩달아 소비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라니. 28살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방향성을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나는 취미로만 여겼던 것들에 조금 더 진심을 담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을 것이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는 새로운 회사에서 최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진로 탐색과 구체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며 성실하게 다닐 것이다. 회사 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다니다 보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내가 회사를 1년간 다니기 위한 목표는 세웠다.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것이다. 막연히 돈을 벌고 영어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공간을 찾아다니던 것에 이유가 생겼다. 항상 그 이유를 되새기며 또렷한 눈으로 내 1년을 탐색할 것이다. 요동치던 내면의 태풍이 결국 단비를 내려줬다는 것을 증명할 1년을 보낼 것이다.



지금 보니 마음가짐이 꽤나 편향적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그리고 8개월 전의 열정이 아직까지 유효함에 안도감이 든다. 연초에 비해 책도 더 자주 읽고 있고, 회사도 여전히 다니고 있다. 영어공부와 운동은 뜸해졌지만 온, 오프라인 공간 탐색은 이제 습관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취향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도 여전히 하고 있다. 하지만 관점과 목적이 달라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특히 내 진로에 있어서는 더욱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의무감에 행하는 것이 아닌 거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전에는 패션 콘텐츠 제작자로서 비주얼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마케터의 관점으로 또는 총체적인 소비자의 입장으로 브랜드의 전반적인 것을 분석하고 느끼려 한다. 

내가 목표했던 1년이 끝날 때까지 이제 4개월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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