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지 못한 말

그 길에 당신이 있었다

by 우수

여보 안녕

오랜만에 쓰는 편지네

거긴 어때?

여보가 천국으로 떠난 지 벌써 688일째야.


어제는 회사 사람들과 정동길에 갔었어.

내가 참 좋아하던 길이고 여보 손잡고 그 길을

걸을 때면 세상 전부를 가진 거 같았는데..


나 혼자되고 나서는 길목 곳곳에 묻어 있는

여보 흔적에 밀려올 감정을 감당하기 무서워서

그 근처에 갔다가도 발길을 돌렸었어.


어제는 회사 동료 한 명이 정동길 건물 하나하나에 걸쳐있는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해줘서

여보랑 걸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정동길을 마주했어.

여전히 골목골목은 아기자기 예쁘고 아름답더라.


당신과 서울시립미술관에 처음 같이 갔던 날…

여보가 주의 깊게 작품 하나하나를 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괜히 공돌이가 뭘 알고나 보는거냐며 놀리던 그 말에 입술을 삐죽이던 당신..

작품을 보느라 바빴던 당신과 달리 나는 그런 당신에게서 눈을떼지 못했던 기억이 나..

그날 날이 너무너무 더웠는데도 우리는 손잡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걷고 또 걸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


집에 돌아와 혼자 가만히 앉아 뜨개질로 당신이 없는 빈 시간을 채우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미친듯한 통증이 밀려왔어.

요 며칠은 좀 괜찮았는데..분명 정동길을 걸을 때만 해도 나 좀 괜찮아 진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당신과 함께 걸을 땐 아름답던 그 정동길 보다도

여보가 더 예뻤고 덕수궁 돌담길을 비추는 햇살보다 여보 눈빛과 내손을 꼭 잡은 그 손이 더 따뜻했어.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지금 더 힘든 걸까…


연애 2년 결혼 8년….내가 여보 없이 홀로서기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종종 여기에 편지 쓸게.

여보는 자두랑 사랑하는 할머니랑 행복하게 지내다가 가끔 여기 들러 내 편지도 읽어줘.


사랑해..너무 보고 싶어..


2025년 5월 14일 당신 아내 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