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배고픈 진심은 형태를 가지지 못한다. 각오한 적도 없는 늪에 빠져 빛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빛나는 이들이 나에게 돌덩이를 던진다. 유혈(流血)이 낭자한 풍경에 감탄은 소리 없이 깊게 남는다. 대체 무엇이라 부를까. 아름다움을 잃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싹 마른 가지는 푸르른 여름을 못되게 희롱한다.
작금의 기억은 문장을 빛내기 위해 태어났을까. 그렇다면 순간의 의미는 지나친 이후에야 판판한 나뭇대에 새기어 완성해야 하는가. 생(生)을 논하지니 채 태어나지도 못한 꽃말은 불가(不可)한 사랑을 말하는 푸른 장미. 마음을 담아 눌러쓴 글자의 획은 예리하기에 당신을 지나쳐 나의 마음에 돌고 돌아 박힌다.
꿈꾸는 젊음은 빈곤과 흉터에 둘러져있는 우울이라고 일컬어본다.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고고한 척 대가리를 치켜든 이는 노래에 그친 꿈을 차마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깨달음이라면 끝맛은 씁쓸함을 남기고 수 초만에 사라진 것을 해명할 수가 없다. 투쟁(鬪爭)이란 그리하여 반드시 자국을 남기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찰나의 가짜 풀밭을 본(本)으로 하여 내달리겠지. 꽃은 피었던 적도 없다. 그럼 내가 목격한 천국은 결국 신기루였을까. 결말을 내버린 옛날이야기에 무력한 붓을 가져다 대어 본다만 말과 글은 마무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잠시만 귀를 가져다 대어다오. 망설임에 뻗지 못한 손길에는 당신만을 위해 빚어낸 편지지가 기다리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