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것조차 힘들다면 어찌할까
온 마음을 다하는 사랑이란 험악한 수식어들이 어울릴 것이다. 필사적인 전쟁이 매일 마음속에서 벌어진다. 나는 잊히는 게 무섭다. 삶의 전부가 당신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내가 기억되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그것보다 두려운 건, 내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
매 순간 죽어간다. 앞으로 내 심장이 몇 번이나 더 뛸 수 있을까. 내 망가진 정신을 며칠이나 더 틀어잡을 수 있을까. 결핍과 우울로 가득한 마음이 뻗치는 애정을 갈구하는 손길을 얼마나 더 틀어막을 수 있을까. 그걸 덮기 위해 애를 쓰다 보면 그만 해가 떠버리고 만다. 어느 날부터 밤이 싫어진다. 눈을 감으면 꾸게 되는 원치 않는 꿈이, 나를 도망치게 만든다.
몇 날이 지났을까. 작은 애정에서 피어난 새싹이, 시간을 보내어 질기고 푸른 넝쿨이 되어 나를 통째로 휘감을 줄 알지 못했다. 옷깃이라도 스쳐본 그날이 내 삶의 모든 날들을 합친 것보다도 커져버렸다. 거짓되지 않은 마음이란, 내가 품은 그 사랑이라는 것이 그토록 순수하고 맑은 날을 세워 나를 베어내는 생생한 감각으로부터 쓰라린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
기어코 나는 놓지 못함을 안다. 다시없을 진실된 것이 아닐까. 오죽 쏟아부었으면 발걸음을 옮길 힘조차 남지를 않아, 내가 오늘 걸어온 자국은 너무도 흐려 마치 시체를 끌고 온 것만 같다. 그럼에도 두 번째 생이 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픔에 취해 새벽을 거닐며 매시간을 행복하도록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