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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to the World Apr 16. 2024

포기라는 선택지가 없다.

-2024년, 올해의 기록

올해가 많이 지나갔다. 요즘 난 수능 공부를 하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국어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고, 영어는 복병이었고, 사회는 너무 재밌어서 내가 가고 싶은 학과를 아예 정해버리기까지 하며 즐겁게, 또 가끔은 애처롭게 공부하고 바쁘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삶. 어렵진 않다. 바쁘고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포기란 없다고 얘기하곤 했다. 내 삶의 상황 속에서 끈기 있는 모습을 배워 나가고, 삶의 모든 부분을 끈기 있게 이행하려 노력했으니까. 최선을 다했다. 그것으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컴패션 메이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난 작년부터 내가 꿈꾸고 바라던 번역을 더 잘하기 위해, 내가 잘하는 영어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컴패션에서 번역 봉사를 하고 있다. 그걸 하는 사람이 컴패션 메이트라고 불린다. 1년 동안 번역을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가 후원자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를 번역했었다.

     

그 편지가 후원자와 어린이 사이의 마지막 교류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성심성의껏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했다. 그러다 딱 한 마디에 타이핑 치던 내 손가락은 멈추고 말았다.

     

“제 인생에서 포기라는 선택지가 없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모든 길에는 포기라는 갈림길이 항상 존재했거든요. 후원자님 덕분에 그 길은 사라졌어요.” 

    

(이런 뉘앙스였다. 컴패션 메이트로서 어린이의 개인정보와 같은 것들은 비밀 유지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나의 말로 고쳐 적는다.)

     

포기하는 사람은 의지가 박약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훌륭한 사람이란, 멋있는 사람이란, 포기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시련이 포기라는 길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어린이에게는 그 포기라는 길을 택하게 된 경로가 그런 상황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겠지. 

    

나에게는 포기란 길은 없다고 누누이 얘기했었다. 내가 이 어린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가난은 사람을 주눅들게 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게 인식하게 만든다고 한다. 아마... 그 거듭되는 포기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세상에 도전한다 해도 넘을 수 없는 큰 벽 앞에서 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런 도전 속에서 몇 번이고 실패하는 자신을 보며...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을까... 감히 상상해보기라도 한다. 

    

오늘 이 글을 쓰며 공부하며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음에, 

꿈을 꿀 수 있음에, 

미래를 상상하고 바라며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고 싶지 않다. 거듭되는 포기의 늪 속에서 결국 자기를 실패자라고 낙인찍고 일어서길 거부하는 그들에게 포기라는 선택지를 택하지 않게 이끌어 주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먼저 손을 내밀고 싶다.      

어쩔 수 없는 포기란, 그저 나의 길을 막고 있는 커다란 기포 덩어리임을 믿는다. 그걸 터트리고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한 사람, 그 사람이 내가 되고 싶다. 

    

오늘도

소망을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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