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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나 Nov 12. 2024

부산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생애 첫 혼자여행



퇴사를 했다.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라 눈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무덤덤하더라. 갓 취업했을 때 사수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퇴사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풍선도 불고, 파티를 기획하던 어린애는 이제 조금 담담해졌다. 그 사이에 나도 변했나 보다.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면서 아직은 말랑하지만 제법 모양은 갖춘 어른의 껍데기를 만들어간다.


운이 좋게도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남은 백수의 유효기간은 일주일이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맑은 하늘에 내리쬐는 햇빛이 바닥을 비췄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 바다가 보고 싶었다.


티 없이 맑은 푸른색의 풍경. 그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줄 것 같은 그 광활함. 지친 나를 위로해 줄 자연을 기대하며 그날로 숙소와 열차를 예매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고, 싫어한다고 물어본다면 그것 또한 아니라고 할 것이다.


친구들과 한두 번 국내 여행을 다녀왔던 게 다고 자발적으로 여행을 간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혼자 여행이라니. 동선이고 맛집이고 모르겠고, 나는 그냥 부산 바다가 보고 싶고, 부산에서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싶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이 나에게 주는 충족감은 넘쳐난다. 소소한 행복도 행복이고 행복은 쌓이면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하니까.  


작가는 모든 상황과 환경에서 글의 영감을 찾는다고 했던가. 생전 안 하던 짓도 했으니 글감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기를.


24.11.12(화) 부산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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