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7:35
직장인으로 산 세월덕에 휴일에도 늦잠을 잘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테라스에서 떠오르는 해를 구경하다가 그 해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충동이 들어 잠옷바람에 슬리퍼만 질질 끈 채로 바다를 보러 갔다.
안 하던 짓을 하려고 마음먹은 김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모래가 덕지덕지 묻은 슬리퍼를 벗고 때마침 밀려오는 파도에 내 두 발을 맡긴다. 바다가 나를 감싼다. 나를 밀었다가 다시 당기기도 하고 발끝을 건드리기도 한다. 바다는 차갑기만 한 줄 알았는데 마냥 차갑지만은 않았다. 왜일까 새롭게 떠오르는 해가 받쳐주고 있어서일까? 묘하게 미지근하고 따스한 기분까지 느껴진다. 불규칙적으로 다가오는 파도, 수평선, 해안가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일출을 구경하는 연인들, 혹은 가족들. 여름 바다는 활기차지만 겨울 바다는 고요하다.
발을 씻으려고 세족장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해의 품을 벗어나자마자 차가운 모래가 밟힌다. 이곳은 원래 차가운 곳이었구나. 내가 그 속에서 따듯함을 느꼈던 건 따스한 해가 우릴 감싸주고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해를 벗어난 나는 다시 차디찬 세상으로 던져졌구나.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포용하려 했던 적이 있던가. 아침에 떠오르는 해의 마음으로 모두를 아울렀던 적이 있던가. 허나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따스함은 한순간이다. 삶의 대부분은 차가운 모래를 맨발로 걷는 것과 같다. 모래 속에 조개껍질이,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가 있는 줄도 모르면서 계속 걸어가야 하는 숙명임을.
Am7:35 아침 바다를 보며, 부산 여행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