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임님 이야기
이주임은 다소 괴팍하지만 유쾌한 사람이다. 자기 물건에 가져가지 말라며 욕을 써두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선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타나지를 않나 하여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인건 확실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사랑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
퇴근 전마다 이주임님은 향수를 뿌리고는 했다. 왜 퇴근할 때 뿌리냐고 여쭤봤더니 아내분이 본인이 담배 피우는 걸 모르기 때문에 향기로 가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야 집 가서 포옹할 때 안 들킨다면서, 몇십 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정말 아내분이 몰랐을까. 분명히 알았을 거다. 하지만 감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여뻐서 모른 척해주었겠지. 서로의 배려로 인해 사랑은 유지된다. 더 깊어지기도 하는 걸까.
어느 날은 송과장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주임님이 아 우리 마님한테 전화해야지~ 라면서 휴대폰을 꺼내셨다. 그 모습을 보던 송과장님이 히죽히죽 거리며 내게 통화를 잘 들어보라고 하셨다.
"oo씨, 사랑합니다-"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내뱉는 말에 깜짝 놀랐다. 송과장님이 실실거리며 놀렸지만 이주임님은 당연하다는 듯 사랑하니까 사랑한다고 말하지-라며 말했다. 몇 번 가는 길이 같아 이주임님과 같이 송과장님 차를 얻어 탔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이주임님은 사랑한다며 전화를 했다.
1년 이상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에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초반의 불타던 감정이 사그라들면 배려도 줄어들고 사랑의 순위가 내려가면서 점점 사랑이 위축되며 쪼그라든다고. 하지만 사랑은 끝이 있는 게 아니라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처럼 쭉 이어가는 게 아닐까. 잦은 사랑해-라는 말로 계속해서 연장을 한다면, 마른 장작에 불씨를 계속 넣어준다면 그 사랑은 메마르지 않겠지. 조용히 꾸준히 불타오르겠지.
높은 화력으로 빨리 잿더미가 되느냐, 낮은 화력으로 따듯한 불을 유지하느냐는 표현에 달려있다. 사랑을 느끼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느끼는 감정대로 표현하고 보듬어주는 사랑.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처럼 질리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