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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섭브로 Nov 18. 2023

겨울이 오면

그냥 글쓰기

  각자의 고민과 사정으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집에만 있어도 손이 찰 정도로 세상이 차가워졌다. 움츠려 들고 더뎌지기 마련인데, 시간은 겨울을 모르나 보다.


  두 번째 휴학이 12월을 끝으로 곧 끝난다. 난 어떻게 살아온 걸까. 계획했던 책 집필은, 미래의 독자를 모은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방향을 잃은 채 무기한 연기가 되어버렸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핑계로, 대부분의 시간을 도피하며 살아왔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계속 간다. 그렇게 겨울이라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어휘들이 난잡하게 떠오른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이리된 것을 보면, 생각이 많아졌거나, 내가 거짓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뽑아내듯, 진심을 담아 글을 썼던 예전과는 다르게, 휘갈기는 대로 좋은 문장을 쓰려는 욕심들이 자꾸만 글의 진행을 막는다.

  가족들에게 언제까지 의지하며 살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오늘은 조금 다른 걸 느꼈다. 나는 가족들에게 의지할 만한 사람일까. 자존감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 현실적으로 말이다. 나는 왜 동생에겐 그렇게 따뜻하게 대하기가 어려울까. 모질게 구는 걸까. 동생이 바르고 올곧은 길로만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왜 오빠로서의 바른 모습을 원하지는 않을까. 남들에겐 그렇게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면서, 왜 그렇게 동생에겐 차갑고 무뚝뚝해질까.

  위선적이다. 마음이 바라는 곳은 저 멀리 있는데, 나에게 있어 변화는 더럽게도 더디다. 그걸 핑계 삼아 매번 제자리인 것만 같다. 위선적인 글을 싸지른다. 이걸로 위안을 삼는 걸까? 언제쯤 내가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아직도 동생이 내 옷의 코디를 신경 쓰고, 자취방에 식자재를 가져다줄 때면 엄마랑 함께 청소를 해주기도 한다. 내 기준엔 깨끗하고 급할 거 없는데, 엄마랑 동생은 비염이 있는 내가 걱정이 되는 듯하다. 할아버지는 이 날씨에 아침부터 늦게까지 밭일을 하시다 초저녁쯤 들어오셨다. 아빠도 일하다 늦게 들어오셨다. 요즘 집에서 계속 춥다는 말씀을 하신다. 몸이 안 좋으신 모양이다.

  물론 나도 심적인 부담감, 불확실한 미래, 요구되는 능력들로 인해,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뭔가 가족들을 볼 때면, 내가 힘든 것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 않다는, 그래서 나는 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잠 못 들 정도로 고민하고, 뒤척이면서도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이러나저러나 가족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금 난 너무 편하고 어려 보인다.

  이제야 조금씩 자주,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임을 알았는데, 오늘을 살아보니, 당장의 현실은 내게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듯하다. 내 착각일까. 왜 가까운 이들의 문제가 내 탓인 것만 같을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일 테다. 자꾸 미루고 회피하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텅 빈 곳간으로 겨울을 맞이했기 때문에. 개미와 베짱이도 아니고. 즐길 거면 제대로 즐기던지, 이도저도 아니고 참..

  왜 난 매번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못할까. 욕심이 없어서? 기댈 곳이 있으니까? 아직 결핍이 모자라서? 완벽주의? 뭐 다 맞지만, 피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피하지 못하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든, 거기 들어가든 해야겠다. 처음엔 그게 싫어서, 내 힘과 의지로 해내려고 휴학을 했건만, 시간은 촛농 타들어가듯 재빨리 사라져 갔다.. 왜 벌써 연말인지, 믿고 싶지 않다.

새싹. 피워내고 싶은데, 아직 겨울이다. 햇살이 부족하다.

빛이 있는 곳으로 더 자주 나아가야겠다.

내가 어찌 이 추위를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에겐 빛이 필요하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추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될 생각은 없다. 엉겨 붙은, 끼여 있는

그런 씨앗이든, 사람이든 되련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 서로 미워하지도, 싸우지도 말고 잘 좀 지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항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춥디 추운 겨울인데, 비타민 C 꼭 챙겨 먹고, 덥게 입고, 따뜻한 물 자주 마시자.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길.

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삶을 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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