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된 종이책을 손에 넣고 말겠다는 욕심
글을 써야만 하는 간지러움과 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 이 아름다운 목표가 생겼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것은 글, 그래서 더 가까이 세상에 맞닿기 위해 책을 내고 싶다.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읽히고 싶다. 내 글이 하찮아 보여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내 목표는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니까. 그저 내 열망을 따라가는 것일 뿐.
그러니 나는 우선 '그'에게도 고마워해야 한다. 그 덕분에 나는 글을 써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게 한 번씩 다운되는 것이 단점이라고 짚어버렸다.(그 '다운'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대로 적는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내 생각을 깊게 해주고 그 생각을 정제하여 글로 써 내려가는 동력이다. 그러니 나는 나의 단점 또한 긍정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고, 글을 씀으로써 그 단점은 나의 장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그 말대로 여자여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 척 속으로는 간절히 원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짝꿍만이 아니라 나의 꿈까지도 완성된 채로 내게 다가와 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또 한 번 너 덕분에 나를 자각하게 되었다. 나의 습관적인 생각들을. 그러니 백마 탄 왕자든, 무지개 꿈이든, 순순히 내게 다가올 리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글감은 지금껏 써둔 핸드폰 속 메모장의 생각들과,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아직 내 책의 주제를 정하지는 못했으나, 내 인생의 주제도 정하지 못한 판에 책의 주제를 정하고 쓴다는 것은 욕심인 듯 하니, 브런치에 글을 적으면서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 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내려 갈 수 있길. 최종 목표는 내 이름으로 된 종이책을 출판하겠다는 것과, 세부 목표는 매일 하나씩 글을 쓰겠다는 것이다. 내가 좋은 작가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나 혼자서 이 글이라는 세상 속에서 자유형을 해보고자 한다. 나에게도 독자가 생길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다양할 것이고, 흥미로워 보이게끔 나의 경험을 각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나만을 조명하고, 나만의 생각을 편집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목을 붙이는 조급함을 내고 싶지는 않다. 주로 또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감동받고, 깨지고, 마음 속으로 웃고, 또 울었던 이야기들을 적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메모장에서 이곳으로 더 이상 옮겨 적을 이야기가 없어졌을 때, 그리고 매일 글을 한 편씩 써내려가는 것이 내 손가락과 뇌에 익숙해졌을 때쯤 어떤 책으로 정리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생각들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고, 이것으로 매우 충분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