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Jeans - OMG 소감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앨범이 나왔다. 아이돌의 곡을 이렇게 기다려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뉴진스의 첫 번째 앨범이었던 [New Jeans]에 굉장히 감탄했기 때문이다. 상향 평준화 되어가는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새로운 작곡가의 뛰어난 곡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맞춰진 신과 구의 조합, 그러니까 뉴트로는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고, 어떠한 성적표에서도 작년 뉴진스의 성적은 눈에 띄었다. 다만 모든 예술가들이 겪는 문제가 후속작이다. 뉴진스가 어떤 팀인지 세상에 제대로 보여준 [Attention]과 작년 한 해 어떤 관점에선 타이틀보다 더 잘 된 [Hype Boy]는 온갖 챌린지와 밈을 만들어내며 가요계에 파급력을 일으켰다. 다만 필자는 그곳에서 250과 FRNK의 음악적 역량에 무엇보다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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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은 자신의 앨범에서 FRNK(앨범 크레딧에는 본명인 박진수로 참여했다)는 XXX와 여러 가지 싱글에서 음악적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뽕은 작년에 나온 앨범 중 가장 재미있고 참신한 시도였으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닌 음악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FRNK는 XXX의 앨범에서 장르를 부숴버리는 비트 메이킹 능력과 이런저런 리믹스와 국립국악원과의 콜라보 등 다채로운 트랙에서 스펙트럼을 종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음악적 시도들을 보여주었다. 민희진 ADOR 대표는 그 둘을 스카우트해 자신이 준비하던 걸그룹의 곡을 부탁했는데, 이미 여기서 민희진의 디렉터적 역량에 감탄했다. 앞서 언급한 두 작곡가의 음악적 역량은 충분히 대중에게 사랑받을 곡들을 쓸 실력과 자격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지향점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여러 번 받았는데, 걸그룹의 타이틀곡이라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 결과물인 뉴진스의 데뷔 앨범 [New Jeans]는 아이돌 음악을 넘어선 퀄리티로 충격을 주었으며, 음악을 곱씹어 보지 않아도 좋지만, 파고들어 곱씹어 본다면 놀라움 덩어리인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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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앨범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녀들의 컴백이다. 뉴진스는 데뷔부터 범상치 않았던 만큼, 컴백도 다른 아이돌과는 차별화돼있다. 일단 시즌이 아니다. 더 쉽게 말하면 성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돌 컴백이 몰려있는 시기도 아닐뿐더러 데뷔 때처럼 대단한 마케팅보단 간단한 티저와 몇 가지 SNS 게시물이 전부다. 컴백쇼를 거대하게 진행하지도 않고, 컴백 전부터 이런저런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컴백을 예고하지도 않았다. 특이한 마케팅을 앞세우며 공개된 Ditto는 뉴진스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만 필자는 앨범의 전체를 한 번에 조감하고 싶어서 Ditto를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 피시방,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리지 않고 뉴진스의 컬러로 사방이 가득 찼다.
이렇게 된 김에 Ditto를 먼저 언급해 보자.
뉴진스식으로 해석된 겨울 곡이다.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간단한 곡은 이래저래 파고들기 시작하면 할 말이 많아져서 한 줄로 미리 요약하는 바임을 미리 알린다. 먼저 가장 감탄했던 점은 2023년도 가장 핫할 것으로 예상되는 '볼티모어 클럽 댄스'라는 장르로 곡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블로그에서 잊을만하면 칭송되는 250의 앞서가는 안목이 눈에 띈다. 다만 볼티모어 클럽 댄스의 빠르고 경쾌한 드럼 브레이크는 그대로 가져가며 그 위에는 콰이어 패드를 부드럽게 쌓아서,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가 풍기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냈다. [뽕]에서 단련이 된 것인지, 250의 빠른 박자로 애틋함이나 서글픔을 뿜어내는 신묘한 능력이 잘 드러난다. 더불어 허밍 자체는 장르 불문하고 자주 쓰이는 기법이지만, 독특한 비트에 얹어지며 뉴진스의 첫 겨울을 장식하는 오너먼트로 사용되었다. 몽환적이면서도 신나는 비트의 오묘한 조화가 볼티모어 클럽 댄스라는 장르적 특성까지 합쳐져 뉴진스 특유의 뉴트로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트랙이었다. 뮤직비디오 스토리에 대한 해석으로도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영상물에 대한 식견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뉴진스가 추구하는 감성을 중심으로 보게 되었는데, 캠코더 감성이 2000년대 초반의 맛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이 전반적인 뉴진스의 이미지메이킹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도 않은 추억을 만들어 애틋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은 우리에겐 정감 가는 캠코더와 예전 교복 감성이 앞으로 시장에 주 소비층이 될 어린 세대에선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해 보지 못한 나의 실수겠지만, 신세대는 뉴진스의 레트로함을 틱톡이나 인스타 등에서 쓰이는 필터로 이해하며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통해 문화의 재미있는 점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이틀곡인 [OMG]는 퓨처 베이스나 하드코어 한 힙합 비트를 주로 보여주던 FRNK의 새로운 면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Cookie]에서 보여주었던 저지 클럽을 섞은 댄스 팝으로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성을 챙긴 시도를 보여주었으나, 수록곡에서 그쳐 아쉬움을 느꼈다. 다만 이번에 타이틀곡을 쓴 박진수는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라도 하듯 재미있는 곡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힙합 소스를 가져가 퍼커션 등에서 트랩의 박자를 따라가면서도 UK 개러지 등 비트를 마구 난잡하게 늘어놓는 것 같지만, 이는 FRNK의 특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곡의 완성도를 가져가는 방법이다. 그는 XXX의 LANGUAGE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복잡하고 화려한 변주를 대중적으로 잘 희석해서 곡에 나타냈다. 굳이 굳이 이 곡의 장르를 따지자면 힙합 베이스 R&B 곡이지만, 250의 Ditto가 볼티모어 클럽 댄스지만 R&B를 멋지게 장식해 댄스곡 같지 않으면서도 댄스곡스러움을 만들어냈듯이 OMG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R&B적 색채가 강하지만 아주 팝적인 보컬에 아주 멜로디 컬 한 랩에 기반을 힙합 소스로 다져놓았다 보니 장르를 종잡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FRNK의 곡의 매력이자 뉴진스식 트랜디함을 아주 강하게 띄게 만든다. 여러 가지 소스와 장르적 요소를 마구 가져다 쓰면 사공이 많은 배처럼 진행이나 사운드 면에서 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모두 총괄하는 FRNK의 능력과 기존의 아이돌 보컬들보단 노래 인플루언서나 음악을 좋아하는 여학생 같은 인상을 주도록 훈련된 멤버들의 보컬 성향이 이 곡의 완성도의 요점이다. 민희진이 디렉터로써 계속해서 유도하는 뉴진스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를 지키면서도 연말 분위기, R&B의 감성, 음악성, 대중성을 동시에 챙기는 아주 시기적절한 타이틀곡이라는 것이 OMG의 요약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트랙 리스트이다. 내부적으로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선공개 곡 Ditto를 제외하고 최소한 두 곡 정도는 더 나올 것을 기대했으나, 딱 두 곡인 것이 아쉬웠다. 물론 [New Jeans]는 EP 1집이고 [OMG]는 싱글 1집이라 EP 2집과의 공백을 메꾸고 쉬어가는 느낌으로 발표한 음악인 것 같으나, 단 두 곡인 것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당연히 곡이 너무 좋기 때문이며, 썩 이야기할 거리가 없는 곡들로 많이 채워진 앨범보다 좋은 곡 몇 가지가 든 앨범이 더 좋다. 하이브는 요즘 가장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고, 250과 FRNK의 역량을 생각했을 때 곡의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도 설득력을 가지기엔 부족하다. 최소한 한두 개 정도 더 재미있는 트랙을 넣어줄 수도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빠져서 다음 앨범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면 다행이겠지만, OMG 자체가 싱글 앨범 하나로 내기엔 아까울 정도로 퀄리티가 높고, 어차피 아이돌 앨범에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곡을 좀 더 끼워서 EP 2집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진스의 겨울이란? 질문에 답하는 탁월한 대답, 다만 대답이 좀 짧지 않았나..."
NewJeans - OMG. 7.5/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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