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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Nov 15. 2023

지금 당신이 포뮬러 원을 봐아 하는 이유

귀가 너무 아파서 평론을 관두고 나서 무슨 글을 올려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조금 본질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했다. 나는 글을 왜 쓰는가?라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래저래 생각을 해보니, 나는 무언가 분석하고 정리하고 또 그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행위 자체를 좋아했다. 가장 좋아했던 취미인 음악이 거기에 이용당했을 뿐이고. 물론 음악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다. 그러나 그것을 주제로 글을 쓴 목적은 아마도 알려주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에서 온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을 분석하고, 정리하고, 알려주고 싶어서 글쓰기를 재가동 시켰다. 여전히 비주기적으로 업로드될 것이고, 마구잡이의 두서없는 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냥 내가 재밌어서 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아무튼 그래서 첫 번째 주제는 포뮬러 원(Formula 1)이다. 한국에서 포뮬러 원 혹은 F1을 아냐고 물어보면 참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아~ 레이싱 같은 거? 차로 막 달리고 그런 거?"라고 하면 아주 최상의 답변이다. F1의 본질을 꿰뚫은 답변. 다만 아예 모르거나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하면 그냥 포기하고 말게 된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레이싱, 그러니까 경주 그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애초에 산으로 가득 찬 이 나라에서 서로의 차를 겨루는 행위가 일어나기도 힘들다. 과속방지턱이 편의점만큼 많은 이 나라에서 무슨 수로 경주를 하겠는가. 꼭 우리나라가 부족하다고 깎아내리고 싶다기 보다, 서양은 오래전부터 승마 문화에서 비롯된 경주가 오래도록 정착해있었고, 스포츠로써 흔히 인정받고 있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마이너 중에 마이너였고, 아는 사람도 얼마 없으며, 보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이젠 포뮬러 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가 이렇게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울 노릇이다. 따라서 포뮬러 원을 봐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재미있다.

당연한 소리다. 재미가 없으면 볼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데 무엇이 재밌느냐, 이것이 요점이다. 포뮬러 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이다. 물론 파고들면 단순 가속이 가장 빠른 모토 GP도 있을 것이고... 르망 하이퍼카도 최고 속도는 비슷하며, 일부 제작사들이 만드는 하이퍼카, 슈퍼카들도 그 정도로 빠르지 않으냐 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트랙 레이싱에서 랩 타임을 측정했을 때 포뮬러 원이 가장 빠르다. 단순 직선 속도는 비슷할 수 있으나, 1600cc라는 온갖 규재가 걸린 엔진으로 만드는 가속,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브레이크에서 만들어 내는 저속 코너 공략 속도(저속이래도 못해도 80킬로 언저리는 넘고 대부분의 코너는 세 자릿수 km/h로 돌파한다), 내로라하는 공학자들이 설계한 유체역학적 섀시 등이 만들어 내는 탁월한 속도는 실로 놀랍다. 23년도 기준 그런 차를 10팀에서 2대씩 만들어 경쟁을 한다. 스포츠의 재미는 경쟁에서 나온다. 치열한 경쟁일수록 재밌다. 포뮬러 원은 그런 관점에서 아주 재미있다. 수많은 돈과 시간을 갈아 넣어 만든 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운전 잘하는 사람 스무 명을 모아서 1초 이내의 경쟁을 매번 벌인다.

가장 최근 상파울루 그랑프리에서 벌어진 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 마틴, 청록색 차량)과 세르지오 페레즈(레드불, 남색 차량)의 초접전으로 0.053초 차이로 3등과 4등이 정해졌다.

위 사진은 단순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알론소가 약 20랩(바퀴) 동안 어떻게든 페레즈의 차량을 막아내다가 마지막 랩에 추월을 허락했으나 다시 한번 재추월에 성공해 레이스를 마무리한 극적인 장면이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1등에서 10등까지 차등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데(25ㆍ18ㆍ15ㆍ12ㆍ10ㆍ8ㆍ6ㆍ4ㆍ2ㆍ1점) 이를 통해 드라이버 간의 거시적 싸움, 팀 간의 거시적 싸움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요약하자면, 해당 레이스의 밀리 세컨드를 겨루는 경쟁, 드라이버들 간의 아주 약간의 점수 차이로 챔피언을 정하는 경쟁, 팀들 간의 점수 경쟁 등 세 가지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재미없을 수 없는 구조랄까.

또한 레이스니까 1등이 전부인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포뮬러 원을 집중해서 본다면 그렇지 않다. 현재 챔피언은 과연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가?(물론 지금은 소위 말하는 레드불 강점기라서 1등은 막스 베르스타펜이 독식하고 있긴 하다… 따라서 막스는 F1이 아닌 F0 선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상위권 팀은 포인트를 얼마나 따서 등수를 올릴 것인가? 하위권 팀들은 이번에야말로 포인트를 딸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어떤 팀이라도 싸울 여지가 있고 그에 비롯된 재미 요소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이번 시즌 애스턴 마틴은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다가 업데이트(시즌 중 차량 부품을 변경하는 것)를 망쳐 중후반부터 날개 없는 추락을 맛보았다. 반대로 맥라렌은 시즌 초반 제발 꼴찌만 하지 말아 달라는 팬들의 외침이 나올 정도로 암울했으나, 성공적인 업데이트와 폼이 오를 대로 오른 두 드라이버의 신들린

드라이빙으로 현재 애스턴 마틴의 점수 따라잡아 4위를 빼앗았다.

또한 단순 레이싱이 전부가 아니라, 퀄리파잉이라는 예선전을 본 레이스(그랑프리, Grand Prix) 전에 치르는데 이것 또한 경쟁의 재미가 있다. 각 팀의 차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방해 없이 트랙을 달려 각자의 최고 랩 타임을 낸 뒤 그것을 기준으로 레이스의 출발 순위를 정한다. 여기에서도 응원하는 팀이 얼마나 레이스를 잘 준비했나, 내가 응원하는 드라이버가 얼마나 폼이 좋은지, 트랙의 난이도는 어떤지 등 막상 레이스에선 알기 힘든 것들이 다양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것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애스턴 마틴도 이번 시즌 깊었던 부진을 최근에 탈피했는데, 퀄리파잉을 보며 “크~ 돌아왔구나 애스턴!”이라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포뮬러 원은 워낙 추월이 힘들기 때문에 퀄리파잉을 잘 수행하는 것은 레이스로 직접 이어지기 때문에 레이스를 기대하며 즐겁게 볼 수 있다.

2. 보기 편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시간대가 안 맞는 대륙에서 경기를 하면 새벽 3~5시에 해서 EPL 만큼 보기 힘든데 알못 아니냐!라고 꾸짖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전적으로 상대적인 의견이다. 예전에는 설사 포뮬러 원을 볼 마음이 든 뉴비가 있더라도 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방송사들은 저조한 인기에 매년 중계권이 옮겨가거나 아무도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아 볼 방법이 없었다. 또는 F1 TV를 VPN을 이용해 구매하고 영어 혹은 프랑스어 중계를 듣는 수밖에 없었다. 고작 스포츠 보는데 VPN에 영어 공부라니, 앞뒤가 안 맞아도 많이 안 맞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쿠팡 플레이가 공식적으로 생중계를 하고 한국어 해설에 다시 보기까지 제공하며 하이라이트에 퀄리파잉까지 보여준다! 포뮬러 원 팬으로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다큐 중 가장 성공한 시리즈인 “F1 : 본능의 질주”가 한국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만 해도 포뮬러 원의 대략적인 흐름, 팀들 간의 상황, 최근 몇 시즌의 빠른 이해 등 포뮬러 원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좋은 요소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지금은 포뮬러 원에 누군가 입문한다면 너무나도 좋은 시기이다. 본능의 질주를 즐겁게 시청하고, 응원할 팀을 정한 뒤 쿠팡 플레이를 보면 끝이다! 기다리다 보니 이런 세상도 오는구나 싶다. 쿠팡 플레이를 숭배하도록 하자.


3. 병행이 가능하다.

포뮬러 원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경기가 자주 있지 않다. 전 세계를 돌면서 하고, 한 그랑프리가 끝나면 다른 나라로 간다. 짧게는 옆 나라, 크게는 다른 대륙으로도 가기 때문에 경기가 매일, 혹은 매주 있지 않다. 따라서 차도 옮기고 팀도 옮기고 이런저런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2주간에 텀을 가지고 더욱 길게 가질 때도 있다. 여름휴가도 있는 아름다운 스포츠인 만큼 팬들이 매일 같이 집중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포뮬러 원에 관심이 생긴 뉴비에게 “당장 네가 보던 스포츠는 끊고 레이스의 멋짐을 봐라!”라고 할 필요가 없다. 쿠팡 플레이에 다음 경기 알람을 신청하고 레이스 주말까지 그저 편하게 지내면 된다. 포뮬러 원의 레이스 주간은 기자회견을 하는 목요일, 연습 주행을 하는 금요일, 퀄리파잉의 토요일, 그랑프리의 일요일로 간단하다. 요즘은 스프린트라는 짧고 굵직한 레이스가 생겨 가끔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지만 그냥 보면 된다. 이마저도 매번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따라서 주간에는 축구도 보고 야구도 보고 보고 싶은 것을 보다가 레이스 주말에만 레이스를 보고 팀을 응원하면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즐기면서도 보던 스포츠 혹은 즐기던 취미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니. 너무 혜자롭지 않은가.




결론은 다들 시간 나고 할 게 없다면 포뮬러 원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빠른 속도에 취해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스포츠다.

다들 지금부터 애스턴 마틴을 응원하면 올라갈 일 밖에 없는 꽃길이라는 점 명심하길 바란다.

포뮬러 원은 선수뿐만 아니라 차의 차이와 개발에도 결과에 큰 영향이 있기 때문에 차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기술적 경쟁을 하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고, 관련해서 알려주는 글과 유튜브 영상도 꽤 있다. 그냥 이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상황의 변경으로 이 재미를 한국에서 느끼기 가장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포뮬러 원을 즐기고 시장이 넓어지고, 언젠간 코리안 그랑프리가 다시 개최되길 기다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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