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꾼 꿈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꿈꾸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꿈이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갖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아니 이해조차 어려울 수 있다. 꿈을 꿔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현실을 살아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꿈은 사치이며,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미지의 영역처럼 아마득한 느낌일 테다. 나도 한때는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은 꿈을 매일 꾼다. 심지어 여러 가지의 꿈을 자유자재로 꾸며, 그 꿈들이 모두 현실로 이뤄진다는 확신을 갖고 살아간다. 어떻게 꿈이 현실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서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 혹은 완벽하게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이유다.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하나 찾으려 부단히 도 노력한다. 더 많은 조사를 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그린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저렇게 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될까?'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조심성이 많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걱정이 많다. 실패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는 자세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나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태도이다.
나는 그 확신을 찾기 전에 몸을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경험도 실패도 많다. 일단 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짙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닥치면 해결하거나 위기를 모면하려는 얕은 꼼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잘 포장되어 있다. 꿈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실패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상실감이 적다. 다음에는 꿈을 현실로 마주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다시 꿈을 꾼다.
20대 초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젊은 청년들을 사모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시간에 나는 항상 꿈을 꿨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베레모를 쓴 여자와 힙색을 허리에 두르고 야구모자 위에 선글라스를 올린 남자가 보였다. 옆에는 화려한 프린트의 셔츠를 입고 상점 앞 벤치에 걸터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도 있었다. 그들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걸어갔다. 끊이질 않는 웃음, 자유로운 포즈, 개성 있는 모습은 내가 갖지 못한 결핍이었다. 그 결핍이 채워진 완벽한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나에게도 저런 멋진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개성 넘치고 멋진 사람들 곁에서 일을 하고 싶다’
매 주말 저녁마다 같은 꿈을 꿨다. 그러던 어느 날, 왠지 모를 확신이 가슴에 차올랐다.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저들이 되고, 나는 저들의 동료가 되어 함께 멋진 일을 하는 미래를 보았다. 소망하고 꿈꾸던 일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 순간이었다. 꿈을 꾸고 상상하기를 반복했더니 어느새 확신이 생겼다.
'그래. 난 지금 자신감 없는 모습에 패션센스도 없는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지만 디자이너가 되면 저들처럼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
그날 이후 더욱 구체적으로 내 미래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이 곧 내가 어떤 삶을 살지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3년 뒤 원하던 회사의 구인 공고소식을 접했다. 간절하게 합격하고 싶었다. 그 회사는 내가 꿈에 그리던 모습의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서류부터 면접까지 평소와 다르게 진심을 다해 준비하고 연습했다. 며칠 후 1차 서류 합격 연락을 받았고 면접일정이 정해졌다.
3년 전 압구정동 거리에 지나가는 멋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나의 가까운 미래에 함께 하고 싶은 멋진 사람들을 상상하며 꿈을 꿨다. 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곳을 목표로 다른 경험들을 차근차근 쌓았다. 그렇게 꿈을 꾸고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걸어갔다. 마침내 최종합격을 했고 꿈에 그리던 사람들과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일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꿈이 현실이 된다는 첫 번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