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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Mar 19. 2024

나의 세상에 아이를 가두다

산후우울증 아니라니깐요.


‘도대체 왜 나는 거지 같은 기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지금 기분이 안 좋은가, 감정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지만 그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의 연결고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얼마 못 가 이미 꼬여있던 생각의 점에서 멈춰 선다. 뒤엉킨 생각을 풀어보기 위해 또다시 질문을 해본다.


‘뭐가 문젠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슬슬  짜증이 난다. 왜 그 감정에 집착하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엉켜져 있는 생각의 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나중에는 자책, 실망, 후회를 하며 결론 없이 끝난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눈물이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노답이다. 썩어있는 내 마음은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웃어 본 적이 없다. 입을 열어 말이란 걸 해본 적도 없다.



아이가 18개월 즈음되었을 때 남들 다하는 옹알이를 하지 않았다. 엄마가 웃으며 말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언어발달이 지연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아이를 봐서라도 밝은 모습을 되찾아야 했지만 말처럼 쉽사리 되지 않았다. 조잘조잘 잘 떠들어대던 며느리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시부모님은 인상 좀 펴라는 잔소리 한번

한적 없으셨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으셨다. 사람의 마음이 안 좋은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물어보는 것조차 부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만큼 며느리를 많이 배려해 주셨다. 친정부모님도 함께 사는 남편도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출산한 여자라면 이상할 것 없는 산후우울증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이가 좀 더 크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좋아질 거란 말로 나를 영혼 없이 위로해 주었다.


출산한 여자 두 명 중 한 명은 겪는다는 산후 우울감은 일시적인 감정 변화로 며칠에서 길게는 1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말 괜찮아지는 것이다. 나는 2년이란 시간 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우울감이 아닌 산후 우울증을 의심해 보았다. 전체 산모의 10~15%가 겪는다는 산후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우울증 증세와 더불어 아이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이를 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이가 밉고 화가 나는 증상을 동반한다. 나는 산후우울증은 아니었다. 내 감정에 아이 문제는 없었다. 임신을 힘들게 했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만난 아이라 되려 모성애가 심한 게 문제였다. 아이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가 너무 좋아서 아이와 나만 이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게 나의 세상에는 아이와 나만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 그리고 아이의 울음을 달래주는 일 이외엔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나의 세상에 아이를 데려와 문을 꼭꼭 닫아둔 게 아니라 어쩌면 내가 아이의 세상에 들어가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입과 귀를 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세상 밖으로 나와보라고 말을 건네던 사람이 있었다. 시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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