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던 날들, 심장의 노래
규담아,
너의 서른세 번째 편지는 네가 세상에 오기 전, 아빠와 엄마가 너를 기다리던 시간의 기록이란다.
아빠는 그때 경남 사천에서 일했고, 엄마는 전북 전주에서 지내고 있었어. 서로 다른 도시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너에게로 이어져 있었단다. 그래서 수요일 저녁이나 금요일 저녁이 되면 아빠는 차를 몰고 전주로 달려갔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하면 엄마의 집에 음식을 해두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주곤 했단다. 작은 일이었지만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어.
그렇게 아빠는 네 엄마 곁에 머물다, 다시 목요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사천으로 출근을 하기도 했어. 차창에 맺히는 새벽안개를 뚫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을 달리면서도 아빠는 지치지 않았단다. 오히려 마음속엔 설레는 힘이 차올랐지. 너와 엄마를 위해서라면, 매주 그렇게라도 달려가는 것이 당연하고, 또 기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8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아빠는 새벽과 밤을 가로질러 전주와 사천을 오갔단다.
아빠는 예전에도 여러 1:1 후원을 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돕는 일을 소중히 여겼어. 그래서 처음 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멀리 있는 아이에게 마음을 보내는 것과, 엄마 뱃속에서 너의 심장소리를 직접 듣고 태동을 함께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신비였어. 작은 북소리처럼 들려오던 네 심장박동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세상에 속삭이는 듯했고, 엄마 배를 두드리던 네 발길질은 “곧 만나요” 하고 손 흔드는 것 같았지.
그 순간마다 아빠는 놀라움과 감사와 사랑으로 벅차올랐단다.
아빠는 베이비페어에 가서 작은 옷과 신발을 살펴보고, 네게 읽어줄 동화책을 고르면서, 곧 함께할 날들을 꿈꾸었어. 네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의 하루는 달라졌단다. 하늘도, 바람도, 우리가 걷던 길도 모두 다르게 빛나 보였어.
규담아, 아빠가 깨달은 건 이것이란다. 누가 더 소중하다를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다만 너의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이고, 선물이라는 것.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이미 너는 사랑이었고 기다림이었단다.
그러니 기억하렴.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사랑받았고, 너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은 새로운 노래로 가득 찼단다. 새벽 다섯 시의 어둠 속을 달리던 아빠의 피곤한 얼굴조차, 사실은 너를 향한 기쁨의 얼굴이었어
규담아,
너를 기다리던 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오늘도 아빠는 너의 이름을 부른다.
사랑해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