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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수다 왕언니 Jun 19. 2023

#3_편견

젊은 남자_아니 에르노 저_레모에서 찾은 문장들

5년 전, 한 대학생과 어설픈 밤을 보냈다. 그는 1년 전부터 내게 편지를 보내왔고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섹스 후의 고독과 피로를 느끼며,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들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장 맹렬한 기다림이 끝나고, 오르가즘을 느끼고,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한 쾌락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책이 불러일으킬 파장 때문에 주저했던) 그 책을 쓰기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어쩌면 한잔하자며 A를 내 집으로 데려오도록 이끌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동안 그는 대부분 말없이 수줍게 있었다. 그는 나보다 서를 살 가까이 어렸다.

- 이 책의 첫 단락중에서...


 토요일 오후 남편과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남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한 의사가 응급실에 실려 온 피투성이의 젊은 남성을 가까스로 살려냈어. 정신없이 살려내고 보니 자기 아들이었던 거야. 의사는 너무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어. 그때 응급실 입구에서 어떤 남자가 "아들아!" 하고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거야."

"이 남자는 누구일까?"


"음..젊은이의 친아버지겠지"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속사포처럼 대꾸했다.


 남편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역시 너도 편견덩어리구나!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역시 사람은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해"


"무슨 소리야? 아빠 아니야?갑자기 머릿속이 정전이 된 듯 까매졌다.


"왜 의사가 남자일거라고 생각해?"

"헉..맞아..그렇구나. 젊은이의 엄마일 수도 있는데..."

"편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쩔 수 네."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고 싶어, 발끝만 내려다 보며 걸었다.


 내심 나는 스스로 깨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유연한 생각의 소유자라는 자부심은 여지없이 박살났다.


 아니 에르노는 작가라면 어떻게 써야 한다, 무엇을 써야 한다는 편견을 다. 처음 '한 여자'를 읽고 충격을 받았고, 그 뒤 '집착', '남자의 자리', 그리고 '젊은 남자'까지 나의 덕질은 이어졌다.


 그녀는 내가 갖고 있던 소설가라면 허구세계를 완벽히 창조해 내야 한다는 편견을 와장창 깨부순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쓴다는 그녀의 철학이 나는 좋다. '젊은 남자'에서 그녀는 세상 어떤 쾌락보다 책쓰기가 좋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를 수 없다. 거창하고 원대한 계획같은 것도 없다. 제일 좋아하는 일이 책읽기인데, 읽다보니 쓰게 되었고, 쓰면서 읽으니 기억에도 오래 남아 자꾸 쓰게 된다. 이 만족감이 계속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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