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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양 Feb 23. 2024

어영부영하다 벌써 설이 지났다.

글 쓰는 것도 시간이 허락하는 자들의 여유일까? 뭐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일기는 매일 쓰는데, 브런치 글은 좀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쓰질 못하다 이제야 몇 자 적어 볼까 긁적인다. 근 몇 달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다들 그래도 살만하니까 글을 쓰는갑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뭔가 불만이 찬 묘한 시선으로 그 글들을 읽어 내려갔던 거 같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에 변화가 온 계기가 있었다. 충분한 양질의 수면! 그냥 내 심경의 변화 정도...

별 거 아니지만 그 내용은 뒤에 풀어보고, 간단히 한해 시작하면서 든 생각들은 현시점에서 정리해 본다.  


24년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올해 걱정과 설렘으로 시작한 한 해의 설이 지났다. 지난 지도 한 참이 됐다. 설 지났다.라는 제목만 써 놓고 오늘에서야 글을 쓰니 말이다.


감사한 일들이 많은데, 우선 어머니의 표적 치료가 보험 적용이 된다는 점, 치료 잘 받고 게시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이랄까, 전략적 동맹이랄까, 여하튼 두 분 같이 지내시게 돼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가족 간의 화목과 건강에 감사하다. 와이프는 산학부장을 맡아 일이 바빠지겠지만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을 만드려고 한다. 나도 더디지만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자격증 준비와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모든 게 감사하다.


간간히 즐기는 mmo rpg 취미생활도 감사하다.  직장인이고 육아한다고 제대로 할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즐기며 소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호사다. 


소소하지만 승진도 했고, 급여도 살짝 더 올랐다. 오늘은 급여날이구나. 급여날이 돌아오는 것도 감사하다.


돈 나갈 일은 많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있고, 나의 옛 친구와 와이프의 지인들을 만나 좋은 시간도 가졌다. 그런 시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하다.


경주 가족 나들이도 기억에 남고, 설 때 큰집 안동에 다녀오고 경주 다녀왔는데 그것도 감사하다. 




최근 절실히 느낀 건데, 충분한 수면, 양질의 수면이 나에게 부족했었다는 거였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 나니 얼마나 사람이 활력 있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몸에서 피로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어찌 의욕이 생기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냥 쉬고 싶고 매사 부정적으로 변하기 쉬운 것이다. 예민해지고 침울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니 글을 쓰는 것도,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도 기쁘기가 힘들더라. 여유가 있어서 쓰냐고 물론 틀린 말도 아니지만 여유가 있다고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 역시 원자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물질들의 구성과 상태에 따라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어느 누가 몰랐겠는가, 그냥 체험하고 나면 깨닫게 되는 거다. 나는 환원로자도 아니고, 일원론, 이원론에 대해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실제 하는 현상태를 짚어 보면 단순한 것들에서 강한 힘을 느끼게 된다. 대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100조 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무게만 1.8~2kg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몸의 전체 세포 수보다 많은 이 세균들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어마무시하다. 수면의 질, 균형 잡힌 식사, 영양분은 내 몸과 정신을 바로 세우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잘 자고 나니 서서히 생각에 변화가 왔다. 의욕도 생기고 창의적인 생각도 들고, 느리지만 다시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뭔가 잘 안 풀린다 싶을 때, 뭔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객관적으로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 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나에게는 그중 하나가 잠이었다. 여하튼 하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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