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없다. 기운도 계속 가라앉는 것 같은데 그런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짜증이 밀려온다.
잠을 좀 설쳤다. 갖은 걱정거리를 안고 잠을 청하다 4살 아들이 야경증으로 30분 간격으로 울며 짜증을 낸다.
병원에 가서 애 뇌파검사를 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억지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됐는데 악몽에 시달리다가 겨우 일어났다. 일어나야만 하기에... 아이는 이미 일어났고, 와이프는 결혼식에 가야 한다. 애 몬테소리 수업이 11시 30분에 있어 준비해서 데리고 가야 한다.
전날 애랑 놀이터에서 놀다 내 실수로 다친 손가락이 욱신 거리는 것도 거슬린다. 아이는 밤에 이불에 소변을 눴다. 방수시트 외 다른 이불도 빨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는 섬세하고 불안이 높은 것 같다. 최대한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애정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할 수 있겠지. 애는 어린이집에서는 대소변을 보지 않는다. 집에서는 대변을 꼭 기저귀에만 보려고 한다. 아무리 시도하고 교육하려 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이제는 조바심이 난다. 어린이집 5세 반이 개설 안 된다고 해서, 내년이면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어제 건조기에서 빼둔 빨래를 개고 보니, 건조기에 이미 말려둔 또 다른 빨래 뭉치를 보고 한숨이 나온다.
다시 빨래를 빼내고 개다 보니, 갑자기 성질이 난다. 몇 차례는 더 돌려야 할 이불들, 쌓인 빨래, 정리 안 된 아들이 먹던 밥, 식기들... 새 옷으로 갈아입혔는데... 입에난 상처 때문에 아프다고 남은 밥 몇 숟가락 먹이는데 울면서 뱉는다. 간밤에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 모기에 두방 물린 아기 목과 손가락, 더러워진 옷을 닦다 순간 뭔가 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돌겠다.
다음 주 시험이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시험인데 최근에 손에 잡히지 않아 계속 책을 보지 않고 있었다. 알고 있다, 그럴수록 불안만 더 커진다는 것을.
회사에는 회사일 한다는 핑계로, 집에서는 애보고 집안 일 한다는 핑계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하지 않았다.
둘째를 갖자고 와이프와 상의한 후 그러기로 했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그냥 두렵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하다.
미성숙한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버겁고 앞날이 불투명한데 자신이 없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데 지금 상황에서 육아휴직 돌아가면서 가계상황이 유지될지 모르겠다는 걱정? 체력도, 애 발달도 더딘 거 같은데, 다 핑계일까?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애 옷을 닦다, 물티슈 덩어리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아 미치겠다." "이런 £€¥" 애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욕도 하고 이불에다 빨아야 할 옷을 던지고... 애는 뭔가 하면서 과자를 찾으려다 나를 본다.
하...
몬테소리 오는 길에 아이에게 사과했다. 아빠가 했던 행동은 나쁜 거라고. 그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아이는 꽤나 쿨하게 괜찮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좋은 생각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열었다. 보다 보니, 그래 지금 감정 상황 한 번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면 덜 갠 빨래 정리하고 밥 먹고 설거지 후에 공부해야겠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가하는 이 공부? 도 어떻게 나를 이끌어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