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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스어스 May 09. 2023

포장이 되지 않은 이상한 카페 사장이 되었습니다.

딸기 케이크 포장해 주세요 - 죄송하지만 용기 가지고 오셨을까요?


와… 나 인트로 몇 번 수정한 거야? 좀 구구절절해져서 담백하게 시작해 봅니다.


글로 내 생각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 뉴스데스크 인터뷰에서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 보다, 유명한 분들과 유튜브에 나와서 예능 같은걸 찍는 것 보다 더 더 오그리토그리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런 민망함을 극복하고도 전달하고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있다.


카페를 좋아했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커피를 좋아하게 된 나는 대학시절 취업의 직전까지 6년 내내 커피 내리는 일을 했다. 손님들께 내가 내린 맛있는 커피를 내어드리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카페 알바를 하고 있던 나는 당시엔 광고를 전공한 학생이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일할 수록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직업, 즉 소셜플래너(내 맘대로 지어냄)가 되고 싶었던 나는 공익광고를 만들겠다는 힘찬 포부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에 환경문제에 푹 빠져버린 후 텀블러를 꼭 쓴다거나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등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해 왔다.


그러다 졸업반이 되면서 무슨 프로젝트든지 사부작사부작하고 싶어 졌다. 졸업을 하면 환경이나 공익에 관련된 사회적 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전에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시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스킬로(서울예대 광고전공 수업에 창의적인 수업이 몇 개 있는데,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 선배님이 오셔서 해주셨던 이름 짓기 수업에서 배운 스킬)  얼스어스(for earth for us, 지구를 위하는 일이 곧 우리를 위하는 일이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개성 넘치는 개인카페로 옮겨가던  2014-2015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회용 플라스틱 컵에 종이컵을 홀더로 내어주는 가게들이 유행처럼 생겨났다. 또한 보통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면 가게에서 마시고 가는 음료는 유리잔이나 머그잔에 담아 주곤 했는데 1회용 컵에 가게 로고를 대문짝만 하게 박아 그대로 가게 안에서도 사용하는 가게들이 무자비하게 생겨났다.


그때 나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새것 같은 플라스틱 컵들을 보면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알바하면서 나오는 컵을 가져가 양말 정리함이나 화분을 만들기도 했다. 방학 때는 <녹색여름전>이라는 환경전시회에, 일회용 컵 안에 커피색 사인펜으로 허무하게 베어진 나무가 있는 황무지를 그려 넣고, 커피가 있을 때는 보호색이었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점점 처참한 광경이 모습이 보이게 했다. 우리가 이런 일회용 잔에 커피를 마실수록 지구가 아프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그런 나에게, 브랜딩을 위해 가게 로고를 일회용 잔에 인쇄해서 홀더 대신 사용해 멀쩡한 컵 한 개가 버려지는 것도 모자라, 가게 안에서는 (로고가 보여야 한다면) 따로 컵을 제작할 수도 있을 텐데 기어코 일회용 잔으로 대신하는 것이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혼자(지금까지) 그런 가게들을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라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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