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감상 : 시의 첫 연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어릴 적 장판을 꾹 눌러본 기억이 있는 나는 그 마음이 왠지 이해가 갔다. 그냥 무심코 눌렀을 때도 있었고, 심술이 나서 화풀이로 눌렀을 때도 있었다. 내 마음이 거기에 있었던 것인 것을 이 시를 보며 회상했다.
두 번째 연에서 요를 덮고 조용히 앓는 것이 뭔가 마음이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 번째 연에서 밥물을 재러 툭툭 털고 일어난다. 우리 하루가 그런 것 같다. 기분 좋지 않은 일이 덥석 나에게 다가오니 어찌할 줄 몰라 애꿎은 장판만 눌러대며 마음앓이를 하지만, 결국은 오늘의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마음에 장판 자국 같은 흉터도 있고, 메워지지 않을 큰 구멍도 있지만, 오늘의 이 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만끽하며 사는 게 인생 아닐까 싶다.
<싱고,라고 불렀다> 창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