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렴......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감상 : 시의 제목부터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라니...... 지난 인생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을까? 오늘 아침 건강하게 눈뜨게 해주신 것도 노다지이고, 쿨쿨 자고 있는 아들의 얼굴도 물끄러미 쳐다보면 노다지인 순간인 것을......

늘 보는 가족들과의 시간도 지나보니 그리 빛나는 순간이었던 것을 새삼 느껴본다. 더 같이 즐기려 노력하였다면 그 시간이 더 아름답게 더 많은 추억으로 꽃피웠을 것을 이제 깨닫는다.

나에게 온 부당함을 두려워 회피하고, 나에게 온 기회는 부끄러워 웅크리며 꽃을 피워내지 못한 순간이 많았다. 우두커니 얼음이 되어 나를 열심히 꽃피우지 못한 그 순간이 참 아쉽다.

인생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꽃 인 것을 이 시를 통하여 가슴으로 느껴본다. 내 인생을 꽃봉오리로 장식하고 싶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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