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저쪽으로 가 볼까
그는 이쪽을 보며 고개을 끄덕인다
얇게 포 뜬 빛이
이마에 한 점 붙어 있다
이파리를
서로의 이마에 번갈아 붙여 가며
나와 그는 나무 아래를 걸어간다
감상 : 밤길 산책에 나선 남녀커플이 눈에 선한 듯 한 시이다.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어스름한 밤 숲길을 남녀가 다정히 걸으며 이파리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것 같다. 얇게 포 뜬 빛이라는 표현이 처음 읽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지 싶었는 데, 다시 읽어보니 얇은 달빛이 이마에 포근히 내려앉은 모습이 상상이 됐다. 지금은 발수술로 산책을 못하고 있는 데, 어서 남편과 밤 산책을 나서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나의 밤길에 같이 나서줄 내 반쪽이 있어서 흐뭇하다.
출처 :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나민애 저.